10년간 영양실조로 776명 사망 재정자립도 낮을수록 영양실조 많고 1인가구-노인 많은 곳이 더 위험
자료: 통계청
암 환자 이모 씨(56·대전)는 수년째 푸드뱅크에서 나눠준 음식으로 연명하고 있다. 주로 찬밥과 통조림 등 조리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이 씨는 하루 숙박료 2만 원인 여관에서 장기 투숙 중인데, 이곳엔 주방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초생활 생계급여를 받지만 대부분 치료비로 쓰는 탓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이 씨와 같은 취약계층에게는 먹을거리를 구하는 게 ‘생존의 문제’가 됐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거나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오랜 기간 필수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숨지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1~2020년) 동안 영양실조나 영양결핍으로 인한 사망자는 2197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 17개 시도별로 통계가 공개된 영양실조 사망자 776명만 따로 분석해보면, 대전이 인구 10만 명당 3.7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북(3.3명)과 경남(3.1명)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세종(0.3명)과 울산(0.6명), 서울(0.7명)은 영양실조 사망자가 훨씬 적었다. 대전의 영양실조 사망이 서울의 5.3배에 이를 정도로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와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은 곳에서 영양실조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오는 모습도 확인됐다. 영양실조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시도는 나머지 지역보다 고령 인구 비율이 4.9%포인트 높았고, 1인 가구 비율 역시 3.1%포인트 높았다.
전문가들은 영양실조의 원인이 개인 의지 부족 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1인 가구나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돌봄 인력을 더 많이 투입하고 복지 사각계층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이런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탓에 인력 확보가 어려워 복지 사각이 오히려 커진다는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재정자립도가 낮고 돌봄 수요가 많은 지역일수록 취약계층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