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유통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컴퓨터 비전(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 속의 사물을 파악해 구분하는 기술)과 간편 결제, 키오스크와 스마트 오더 등 ‘스마트 상점’ 기술을 적극 연구 개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가올 비대면 시대에 유용한 유통 관련 기술인데다 각종 비용 절감, 소비자의 이용 편의까지 가져다주는 덕분이다.
자동 결제 기술을 갖춘 스마트 키오스크. 출처 = 넥스트페이먼츠
미국의 주요 유통 기업 아마존(Amazon)이 2016년 세운 무인 스마트 상점 ‘아마존 고(Amazon Go)’는 스마트 상점의 가능성과 미래를 세계에 알렸다. 소비자가 상품을 골라 카트에 넣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린 후 직원에게 카드나 현금을 건네 결제하고 나가던 기존 마트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꾼 것이 아마존 고다.
아마존 고에 들어온 소비자는 상품을 고른 후 손에 들고 그냥 나가면 된다. 상품 인식과 결제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결제 담당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 미성년자를 보호할 주류 안내 직원과 상품 보충 직원만 있으면 된다. 소비자는 계산대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쇼핑을 빨리 마친다.
아마존 고를 본 세계 주요 유통 기업들은 직원 인건비와 관리비를 줄이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쇼핑 편의까지 주는 무인 스마트 상점을 유통가의 미래로 생각했다. 이에 AI 컴퓨터 비전과 스마트 결제 등 스마트 상점 기술을 연구 개발했다.
아마존 고에서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 출처 = 아마존
중국 주요 유통 기업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은 아마존 고와 유사한 무인 스마트 상점을 세계 곳곳에 세웠다. 패밀리마트를 비롯한 일본 편의점 업계도 AI 컴퓨터 비전과 생체 인증 기술을 갖춘 스마트 매장을 적극 늘렸다. 우리나라 주요 편의점도 생체 인증, 스마트 오더 등 고도화된 스마트 상점 기술을 속속 선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휩쓴 2019년 이후 세계 주요 유통 기업들은 키오스크, 스마트 오더 등 온오프라인을 잇는 가교 성격의 스마트 상점 기술을 주목했다. 이들 기술은 AI 컴퓨터 비전 등 고급 기술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현 가능하다. 쓰기 쉬운 사용자 친화 기술이라 진입 장벽을 낮추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리 잡을 비대면 문화와도 잘 어울린다. 업종, 면적별로 다른 다양한 매장에 두루 적용 가능한 장점도 있다.
상품의 외관과 특징, 가격 등 상세 정보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목소리로 설명하는 키오스크는 스마트 기술을 쓰기 어려워하는 중장년 소비자를 배려한 기술이다. 화면을 보고 터치 조작 몇 번이면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 가능하다. 키오스크 업계는 기술을 고도화, 소비자의 얼굴을 인식해 연령대별 이용 안내와 인기 상품을 맞춤형 제안하는 기능도 선보일 전망이다.
스마트 키오스크로 상품을 주문하는 소비자, 출처 = 넥스트페이먼츠
스마트 오더는 적용 범위가 넓은 범용 스마트 상점 기술이다. 매장에 비치된 태블릿 PC, 혹은 소비자의 스마트폰을 주문과 결제 수단으로 쓴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가 대표적인 스마트 오더 기술이다. 이 기술을 도입한 음식점에서 소비자는 자리에 앉아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 결제까지 가능하다. 얼굴 인식을 비롯한 생체 인증 기능을 갖춘 스마트 오더는 주류나 담배처럼 성인 인증 후 사야 하는 상품에 적용하기 좋다. 인증과 판매를 도맡으니 24시간 매장 운영도 돕는다.
아마존은 2022년 문을 열 스마트 백화점에 키오스크 기반 의류 피팅과 주문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 5대 편의점은 2025년까지 모든 점포에 스마트 오더와 자동 결제 시스템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카페, 베이커리 업계도 전용 스마트 오더 앱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키오스크와 스마트 오더는 대형 마트, 편의점 등 대규모 유통 매장 외에 카페, 테이크아웃 음식점 등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에도 도입하기 알맞다. 정부도 이 점에 착안해 키오스크, 스마트 오더·결제 등 무인 기술을 도입하려는 소상공인에게 기기 구입 보조금을 주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을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열었다.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기업 넥스트페이먼츠의 지광철 대표는 “대형 유통 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가상·증강현실,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반면, 소상공인은 부족한 인력과 정보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고난까지 겪는다"며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시대, 소상공인의 스마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도록 좋은 스마트 상점 기술을 개발, 공급하려 한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