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토닉워터 섞어 한잔” 2030세대, 홈술 트렌드 자리잡아 내년 시장규모 700억대 성장 예상 16만원 ‘일품진로’ 한정판 불티…‘화요’는 칵테일 패키지 내놔
서울 관악구에 사는 한모 씨(28)는 최근 프리미엄 소주에 푹 빠졌다. 퇴근 후 프리미엄 소주에 토닉워터를 섞어 마시는 걸 즐기는 데다 캠핑이나 여행 등에도 이 소주를 챙겨 간다. 한 씨는 “프리미엄 소주는 제조해 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40, 50대 중장년층이 주로 찾던 고가 소주가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 힙한 술로 통하고 있다. 고급 식당에서 중장년층이 마시는 술이란 이미지를 벗고 가성비와 만들어 먹는 재미를 두루 갖춘 ‘젊은 술’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 가격 대비 만족도로 MZ세대 사로잡아
최근 프리미엄 소주 시장의 성장 배경엔 ‘홈술’에 재미를 붙인 MZ세대가 있다. MZ세대에게 프리미엄 소주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가심비’와 ‘재미’를 두루 갖춘 제품이다. 직장인 이희성 씨(31)는 “고깃집에서는 프리미엄 소주를 3만∼5만 원에 판매하지만 대형마트에서 사면 1만 원대에 즐길 수 있다”며 “도수가 높다 보니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면 양이 늘어나 용량 대비 비싸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호에 맞게 제조해 마실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학원생 최연희 씨(29)는 “어떤 음료를 섞어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술이 된다”며 “고급 위스키바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칵테일을 비슷하게 만들어 인증샷을 찍는 재미도 있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을 위해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게 프리미엄 소주를 활용한 음주는 새로운 놀이 문화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정판’ ‘고급화 전략’ 등으로 MZ세대 공략
새로운 소비층이 유입되면서 프리미엄 소주 업계는 한정판 소비를 즐기는 MZ세대 특성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 마련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7월 참나무통에서 21년 동안 숙성시킨 원액 100%로 완성한 ‘일품진로 21년산’을 시장에 내놨다. 8000병만 한정 생산한 후 각 제품에 고유 번호를 부여했다. 출고가가 병당 16만5000원에 달하지만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MZ세대에게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