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마흔살을 코앞에 둔 롯데 자이언츠 거포 이대호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더 이상 부동의 4번 타자는 아니지만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해 한 방을 쳐준다.
7일 잠실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쏠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도 그랬다.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는 초반 세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이 홈런으로 이대호는 KBO리그 통산 4번째 350홈런 고지마저 점령했다. 국내 무대에서 이대호보다 많은 홈런을 친 이는 이승엽(467개), 최정(398개), 양준혁(351개) 뿐이다.
이대호 덕분에 두산 쪽으로 넘어갈 듯한 분위기를 되찾은 롯데는 8회 4점을 보탠 끝에 7-2 승리를 거뒀다.
이대호는 “홈런을 친 것 보다는 이겨서 기쁘다. 5강 싸움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좋다”고 웃었다.
당시 상황을 두고는 “노린 공은 아니었다. 동점이었고 2사였기에 강한 타구를 만들려고 생각했다”면서 “슬라이더가 잘 들어왔다. 뒤에서 맞았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치기 쉬운 공은 아니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롯데는 10월 들어 6승1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에는 서스펜디드 게임을 포함해 하루 2승을 챙겼다.
순위는 여전히 8위에 머물러 있지만 5위 키움 히어로즈(61승6무61패)와의 격차는 1.5경기로 줄었다. 멀어졌던 5강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는 중이다.
이대호는 “나는 지명타자라 수비 부담은 없지만, 후배들은 힘들 것이다. 그래도 아픈 것도 참으면서 열심히 뛰어주고 있다”면서 “지금은 포기할 때가 아니기에 전부다 앞을 보고 달려가고 있다”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하나로 뭉친 팀 분위기를 소개했다.
마운드는 물론 최근에는 타자들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분위기다.
이어 이대호는 “야구는 분위기 싸움인 것 같다. 전반기에는 많이 졌는데 지금은 이기다 보니깐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면서 “늦게나마 팀이 좋아지는게 보이니깐 좋다”고 보탰다.
배트 하나로 KBO리그를 평정하고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MLB)까지 진출했던 이대호는 친정팀 롯데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중이다.
요즘에는 후배들과의 거리 좁히기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후배들이 타격에 대해 물어올 때면 자신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준다. 쉽사리 말을 못 거는 후배를 발견하면 먼저 다가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사실 내가 오래 했기에 장난치기 쉬운 선배는 아니다”고 웃은 이대호는 “그래도 친구처럼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이대호의 힘과 기술은 여전히 팀내 최고 수준이다. 18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팀내 홈런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 기량만 보면 내년 시즌 종료 후 은퇴를 한다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다.
이대호는 “대타나 중요한 순간 때 나오면서 더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면서도 “이미 내년 끝나고 은퇴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계획대로) 내년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때까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단 하나, 롯데의 우승이다.
이대호는 “꿈이 이뤄지면 더 웃고, 더 울면서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