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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힘차게 뛰는 심장… 기증자 꼭 기억할 것”

입력 | 2021-10-08 03:00:00

장기기증 수혜자 15명의 감사편지
오디오북으로 제작 유가족에 전달
김지수-박하선 등 목소리 재능기부
유가족 “생명 건강히 이어져 위로”



장기 수혜자들이 쓴 감사 편지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는 ‘나의 영웅, 고맙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목소리 재능기부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우 박하선 정유미 김지수 정태우 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힘차게 뛰는 심장에 손을 얹고 백 번 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따님께서 주신 소중하고 힘찬 심장 덕분에 저는 엄마가 되었고, 또 다른 조그마한 새 심장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습니다.”

김지은 씨(33·여)는 2017년 뇌사 장기 기증인으로부터 심장을 이식 받았다. 이어 아이를 임신한 뒤 무사히 출산했다. 심장 이식인은 장기의 면역 반응과 약 부작용 등으로 임신해도 출산까지 어려움이 많다. 지난해 꿈에 그리던 딸을 얻은 김 씨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증인의 유가족에게 편지를 썼다.

김 씨와 같은 장기 수혜자들이 쓴 감사 편지가 오디오북으로 탄생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나의 영웅, 고맙습니다’ 캠페인을 통해 장기 수혜자 15명의 감사 편지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유가족에게 전달한다고 7일 밝혔다. 배우 김지수, 박하선 등과 가수 성우 등 유명인 15명이 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김지수도 과거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수혜자의 아버지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

국내에선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뇌사 장기 기증인의 유가족과 수혜자 간 정보 공개가 금지돼 있다. 유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의 장기를 이식 받은 사람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만이라도 알고 싶어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식을 들을 길이 없다. 수혜자 역시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전할 방법이 없다.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지난해 수혜자들의 편지를 모아 전달했다. 올해는 고령이나 장애로 글을 읽을 수 없는 유가족들이 편지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오디오북 제작에 나섰다.

뇌사 장기 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의 부회장 장부순 씨(78·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유가족끼리의 교류도 주춤하던 때에 건강하게 지내는 이식인의 사연을 유명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2012년 남편을 떠나보내며 장기 기증을 결정한 권서영 씨(48·여)는 “남편이 잊히지 않고 누군가의 삶 속에서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았다”며 “소중한 남편이자 아빠였던 사람이니, 그 생명을 이어받은 분들도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기를 항상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오디오북은 뇌사 장기 기증 유가족 800여 명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