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자, 깨끗한 집으로’ 쓴 신우리씨
집 답답해질수록 점점 예민해져… 정리 서적 40권 읽고 집 싹 비워
“버려야 할 1순위는 추억의 물건… 잘 버린 다음엔 잘 정리해야죠”
“버려야 할 물건 1순위는 단연 ‘추억의 물건’입니다.”
지난달 27일 에세이 ‘도망가자, 깨끗한 집으로’(멀리깊이)를 펴낸 신우리 씨(32·사진)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산후우울증으로 한때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물건을 잔뜩 사들였던 그는 이를 스스로 극복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 어린아이들을 위해 장난감을 여럿 들여 놓는 집도 말끔히 정돈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6일 그를 만나 집 정리 팁을 들어봤다.
“육아 관련 ‘국민템’(국민적 사랑을 받는 인기 아이템)은 전부 샀어요. 어느 날 쌓인 물건들이 창문을 가려 한낮에도 집 안이 어두운 걸 보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죠.”
2016년, 신 씨는 당시 3세, 1세의 두 아들이 잠든 늦은 밤마다 인터넷 쇼핑을 했다. 육아에 좋다는 장난감과 동화책들을 주로 사들였다.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논다는 대문 모형의 장난감인 일명 ‘국민 문짝’, 숟가락 사용법을 안전하게 익히기 위한 ‘국민 숟가락’ 등 끝이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 산 물건들이지만 집이 답답해질수록 그는 아이들에게 예민하게 구는 날이 많아졌다. 출산 전까지 촉망받는 재무설계사였던 그는 육아나 살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결국 가득 찬 동화책들로 인해 이음새가 벌어진 책장을 내다버리는 걸 시작으로 ‘집 비우기’에 돌입했다.
신 씨는 “버릴까 말까 망설여지는 물건들은 모두 버리고 ‘이건 절대 없으면 안 돼’ 하는 물건들만 남겼다”고 말했다. 집 정리에 관한 책 40여 권을 탐독하며 방법을 연구했다. 그렇게 집을 비웠더니 기존 물건들의 30%만 남았다. 그는 “한 책에서 ‘물건들은 주인에게 도대체 언제 써줄 거냐고 말을 건다’는 글을 읽고 물건이 가득 찬 집이 왜 그리 답답하고 소란스러운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우리 씨 자녀방의 책장. ‘오늘 공부할 것’ ‘다 읽은 책’ ‘읽고 싶은 책’으로 각 칸을 분류했고 장난감을 넣는 상자에는 장난감 사진을 붙였다. 신우리 씨 제공
필요 없는 물건을 버렸다면 남은 물건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 씨 가족은 ‘개인 물건을 거실에 두지 않기’라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남편이 셔츠를 소파에 걸어두면 아이들도 이를 따라 장난감을 거실에 널브러뜨리기 일쑤라는 것. ‘물건을 바닥에 내려두지 않기’는 거실 바닥에 물건들이 나뒹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원칙이다. 그는 “아이들 방에는 각 물건의 위치를 지정해 해당하는 이름표를 붙이는 걸 추천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있는 집은 대개 장난감이 거실 바닥에 굴러다니고 책장은 각종 전집들로 미어터지기 마련이다. 신 씨는 오늘도 물건이 가득 찬 집에서 고통 받고 있을 부모들이 이 책에서 희망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장을 버릴 때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 벽면을 보고 가슴이 뻥 뚫리는 걸 느꼈어요. 어마어마하게 쌓인 물건들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겠지만 변화는 아주 작은 데서 시작됩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