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인데 성과급 차이 너무 커”… “깜깜이 산정 방식, 투명한 공개를” 젊은 직원들 SNS 통해 불만 표출 LG전자, 새 성과급 기준 공개… SK이노 “주가 상승률 반영해 지급” 삼성전자 사장단, 직원 간담회 확대… 현대차, 경영-임금 실적 자료 배포
일부 대기업에서 성과급 책정 기준이 불투명하고 성과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성과급 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대외비’로 여겨왔던 성과급 책정 과정을 공개하고 부서 간 차등을 줄여 내부 갈등을 줄이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통과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직원 불만 등 기업 내부 사정이 외부에 빠르게 알려지는 것도 기업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과급 상한선을 높이되 매출·영업이익이나 주가 상승률 등 경영지표를 반영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LG전자는 올해까지 본부별로 매출, 영업이익 등의 목표 달성 여부, 다른 업체와 경쟁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측정해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가전제품이 잘 팔려 이익이 컸던 생활가전 사업본부는 기본급의 7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지만, 아직 사업이 확장단계라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한 자동차부품 사업본부는 성과급 없이 100만∼300만 원의 격려금만 받았다. 내부에선 “같은 회사인데 보상 차이가 너무 크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다른 사업부 적자 때문에 성과급이 줄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적자가 난 부서 직원들도 성과급 일정액을 받을 수 있다.
성과급 개편 흐름은 올해 초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이 ‘성과급 산정방식을 밝혀 달라’며 회사 대표 등에게 보낸 항의메일로 불거진 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기업에서 성과급 논란으로 이어졌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기준이 불투명하다’ ‘늘 경쟁을 강조하면서 성과급을 줄 때만 경쟁사와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등 불만이 나오자 기업들이 내부 소통 및 성과급 개편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이익분배금 산정기준을 자체 측정했던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꿨다. ‘경제적 부가가치’라는 기준이 불투명하고 자의적이라는 불만이 높아서다. 2006년 이후 처음 성과급 체계를 바꾼 LG화학은 기본급의 ‘200%+α’였던 성과급 상한을 최대 1000%로 늘리고 ‘경영지표 성과’를 일부 반영하기로 했다. 배터리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리한 SK이노베이션은 성과급 기준에 주가 상승률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가에 반영되는 기업의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임직원들도 공유하면서 사업을 할 때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생각이다.
직원 설득을 위한 내부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방적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통보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6월 사장단이 직원들과 급여·성과급, 조직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경영실적 및 경영환경을 토대로 임금, 성과에 대한 설명을 담은 자료를 배포했다. LG전자는 성과급 개편과정에서 노조 등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