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평일에는 헬스클럽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한다. 트레드밀을 이용할 때는 산행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경사도를 16도로 설정한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한다. 왼쪽 작은 사진은 정기적으로 등산(위)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장기육 교수 제공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산…. 이 종목 중에 하나를 골라서 꾸준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57·심뇌혈관병원장)는 특이하다. 장 교수는 한 종목에 얽매이지 않는다. 모든 운동을 골고루 한다.
장 교수는 “운동을 하다 보니 운동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운동을 잠시라도 하지 않으면 찜찜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다. 운동이 곧 일상이라는 장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 교수는 심장질환 분야에서 베스트 닥터로 인정받는 의사다.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동맥으로 카테터를 삽입해 병든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이른바 타비시술(대동맥판막치환술)에서 특히 이름이 높다.
○ 평일에는 헬스클럽 매일 ‘출근’
장 교수는 10년 넘게 병원 내부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 2회 정도 헬스클럽을 찾았다. 다소 부족한 횟수다. 사실 매일 가고 싶었지만 학회 모임과 논문 준비 등으로 저녁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후 저녁 모임이 크게 줄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참에 운동을 늘리자고 마음먹었다. 이후 평일에는 가급적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에 ‘출근’한다.
헬스클럽 이용 시간은 대략 1시간. 먼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이어 트레드밀에서 30분 정도 걷는다. 예전에는 시속 9km로 달렸다. 그러던 중 조기퇴행성관절염이 발견됐다. 달리기가 원인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걷기로 전환한 것이다.
무릎 보호를 위해 걷는 속도는 시속 6km를 유지한다. 대신 경사도를 16도로 높여 걷는다. 산행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사고를 막기 위해 트레드밀에 설치된 안전 손잡이를 잡고 걷는다.
걷기를 끝내고 나면 2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다. 트레이너 도움을 받아 근력 운동 기구를 폭넓게 사용한다. 운동기구를 쓰지 않을 때는 스쾃이나 런지 같은 운동을 한다.
○2주마다 산행 매달 자전거 여행
장 교수는 산을 무척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시간이 날 때면 산에 갔다. 그러다가 5, 6년 전부터는 2주마다 정기적으로 산에 간다.
등산을 왜 좋아할까. 장 교수는 “여러 운동을 해 봤지만 등산만큼 건강에 도움되는 운동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사진 길을 2, 3시간 이상 걷다 보면 유산소 운동이 될 뿐 아니라 근력 운동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동료들과 친밀감을 높이기에도 좋다. 이런 점 때문에 환자 진료만 없으면 매주 2, 3회는 산에 가고 싶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대안을 찾은 게 헬스클럽 트레드밀이다. 트레드밀의 경사도를 16도로 설정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산행하는 느낌이 든단다.
4년 전부터 월 1회씩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 춘천까지 자전거를 타거나, 동해안까지 버스를 타고 간 후 그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식이다. 대부분 당일 코스로 6∼8시간 자전거를 탄다. 이런 식의 자전거 타기는 산행보다 훨씬 힘이 든다. 장 교수는 “자전거는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극단에 이른 후의 짜릿함을 경험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에 재미가 붙었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주 1회는 반드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20km의 거리를 1시간에 주파한다.
○운동을 하면서 활력이 생겼다
장 교수가 운동하는 삶을 산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에 환자 진료, 연구 논문 준비와 발표 등이 많아 거의 탈진할 정도였단다. 진료가 끝나고 퇴근 시간이 되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축 처졌다. 그대로 집에 가면 쓰러져 자야 할 정도였다. 정신도 피곤했다. 위기감이 들었다. 이러다가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과 피로를 극복하려면 무언가 해야 했다. 그때 시작한 게 운동이었다. 건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하는 운동. 장 교수는 이를 ‘생존 운동’이라 불렀다. 하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하자 생활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활력이 넘쳐났다. 장 교수는 “그전에는 저녁이 되면 심지에 불이 꺼지는 느낌이었는데, 운동을 하고 나면 다시 불이 켜지면서 제2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고혈압도 개선됐다. 장 교수는 원래 혈압이 조금 높았다. 수축기 혈압이 130∼150mmHg으로 위험 수준이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운동 횟수를 늘렸고, 약도 복용했다. 그 결과 혈압이 100∼120mmHg으로 떨어졌다. 정상 수치를 되찾은 것이다.
운동을 지속하려면
트레이너와 운동 약속 도움… 동료-회원과 함께하고 길게 하기보다 즐겁게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러 종목의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나도 지속하기 힘든데 10년 넘게 성공 중인 비결을 물었다. 장 교수는 우선 ‘약속’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헬스클럽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루할 뿐 아니라 설령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대충 하다 끝낼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트레이너와 운동 약속을 잡는 게 중요하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헬스클럽에 간다는 것이다. 또한 중년 이후에 근력 운동을 할 때는 트레이너에게 운동기구 사용법을 먼저 배울 것을 장 교수는 권했다. 자신의 체력을 믿고 함부로 운동기구를 사용했다가 관절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를 즐기려면 동료 혹은 동호회원과 함께 즐길 것을 장 교수는 권했다. 혼자 산에 간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려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 교수는 친한 동료 한두 명과 한 달 동안의 등산 약속을 미리 잡아 놓는다.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 장 교수는 “무슨 운동이든지 ‘정복’이나 ‘승리’의 개념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할 경우 재미를 느끼기 힘들고, 운동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 때문에 일부러 고도가 높은 산에 잘 오르지 않는다. 그 대신 숨이 살짝 차는 정도의 등산을 선호한다.
장 교수는 “일반적으로 산행 시간이 2시간만 넘는다면 운동 효과는 충분하다. 시간보다는 즐거움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운동 시간이 너무 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장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도 준비운동에서 본 운동, 샤워까지의 모든 과정을 1시간 이내로 끝낸다. 그 이상 길어지면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