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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토건비리 세력에 공직자 옷 입혀 진행한 대장동 개발

입력 | 2021-10-09 00:00:00

‘천화동인 1호 대표-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 경찰 출석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 이한성 대표가 8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출석에 앞서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이 정치자금으로 쓰인 의혹에 대해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거래에 대해 수사 중이다. 수원=사진공동취재단


대장동 개발의 실체는 토건비리 세력이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째로 장악하고 벌인 전대미문의 ‘공공수익 탈취극’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사장 직무대리 자격으로 성남도개공에서 전권을 휘두른 유동규 씨는 2013년 성남 위례 개발에서 민간업자로부터 3억 원을 받았다. 또 다른 ‘키맨’인 남욱 변호사는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 민간업자로부터 로비자금 8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전력이 있다. 대장동 사업 본격화 이전부터 이미 토건비리에 익숙한 인물들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사업자 선정과 수익 배분 등에 관여하는 성남도개공의 주요 라인을 자신의 인맥으로 채워 넣었다. 유 씨는 먼저 자신의 ‘별동대’로 불렸던 전략사업팀을 신설해 공모지침서 작성, 민간사업자 선정, 사업협약서 작성 등을 총괄토록 했다. 그런데 이 팀의 핵심은 남 변호사의 대학 후배 정민용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한 김민걸 회계사였다. 이후 남 변호사는 1000억 원, 정 회계사는 600억 원대의 배당금을 받았다. 토건비리 세력들이 사실상 ‘셀프 심사’를 통해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 수익을 집중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유 씨의 또 다른 측근이었던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은 유 씨가 2009년 분당 한솔5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을 때 시공사의 담당자로 인연을 맺었다. 당초 이 사업은 개발사업2처 소관이었지만 담당자가 “민간 이익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자 개발사업1처 소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경기도에서 추진된 다른 민관합동 개발사업에는 모두 있는 초과수익 환수 조항이 대장동 개발에서만 빠진 이유가 짐작 가는 대목이다.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구속 중인 유 씨는 2010년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임용 전까지는 공직 경험이 전무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런 인물에게 성남도개공을 통째로 내맡겨 토건비리 세력이 공직자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성남도개공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는 “시장은 공사의 사무를 감독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 지사는 ‘언제 토건비리라는 걸 알았냐’는 질문에 “당시에는 몰랐고 (최근)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토건비리 세력과 전쟁을 해 왔다고 자처하는 이 지사가 정작 본인이 감독하는 기관에 토건비리 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인가. 이 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관리감독 책임을 내팽개친 것이다. 만약 알고도 내버려뒀다면 저들과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