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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철희]CIA 코리아센터 해체

입력 | 2021-10-09 03:00:00


2017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임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야심만만한 하원의원 출신 폼페이오는 취임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어젠다에 맞춰 북핵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고자 했다. 그래서 찾은 인물이 막 은퇴한 한국계 CIA 요원 앤드루 김. 그의 조언은 이랬다. “CIA에 인재들이 꽤 있죠. 한데 정보 수집, 분석, 비밀작전 등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습니다. 각 부서는 칸막이가 높아서 최고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요. 이들을 하나의 텐트 아래로 데려와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합니다. 김정은이 누구인지, 무엇이 그를 움직이는지 알아내려면 뭔가 다른 시도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CIA 분석가와 요원 수백 명이 ‘코리아미션센터’라는 텐트 아래 모였고, 앤드루 김이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CIA 안에 중동 유럽 같은 지역이나 대테러 같은 임무가 아닌 특정 국가를 전담하는 첫 미션센터였다. 당초 코리아센터의 임무는 북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보다는 비밀작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통령의 승인이 내려지면 언제라도 북한 지도자를 전복시키는 은밀한 행동을 계획하는 것이었다. 당시 정보기관으로서 CIA의 명성은 추락할 대로 추락해 있었다. 특히 이라크전쟁 때의 비밀작전 실패는 ‘고장 난 장난감 집’이란 오명까지 안겼다. 코리아센터 창설은 그런 실패의 역사를 만회할 기회이기도 했다.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과 북-미 정상 간 험악한 말폭탄이 오가던 시절, 코리아센터가 어떤 대북 비밀공작을 기획했고 뭐라도 실행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그러나 이후 북-미 간 정세가 급변하면서 코리아센터는 대북 협상의 막후 주역으로 부상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국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폼페이오의 평양 방문을 매번 수행했고, 통역마저 배제된 김정은과의 회담에 배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래 북-미 관계가 장기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코리아센터는 다시 짙은 베일 속으로 들어갔다.

▷CIA가 7일 새 조직으로 ‘중국미션센터’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넘버1 과제인 중국 견제를 위한 개편인 셈이다. 이에 따라 코리아센터는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부서로 흡수될 것이라고 한다. ‘은둔의 왕국’ 타이틀을 은근히 즐기는 북한으로선 자기네 정보를 캐고 지도부를 해치려는 조직의 해체를 반기겠지만, 그만큼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엔 섭섭할 수 있다. 특히 거듭된 대화 손짓에 짐짓 ‘일없다’면서도 도발이든 협상이든 한판 벌여야 하는 김정은 처지에선 자신의 속내를 읽어줄 이들을 못내 그리워할지 모른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