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甲’ 군용 드론 XQ-58A, 미사일 1대 가격에 작전 반경 3941㎞
미국 드론 제조업체 제너럴 아토믹스의 MQ-20 ‘어벤저’(위)와 크라토스의 XQ-58A ‘발키리’. [사진 제공 · 제너럴 아토믹스, 사진 제공 · 미 공군]
군사용 드론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스스로 이착륙해 비행하고 아군 통제소가 지정한 표적을 공격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유인 전투기와 함께 운용되는 드론은 ‘로열 윙맨(Loyal Wingman)’으로 통칭된다. ‘윙맨’은 전투기 편대에서 장기(長機)를 엄호·지원하는 요기(僚機)를 뜻한다. ‘충성스러운 동료기’로 직역할 수 있는 로열 윙맨은 본래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호주와 함께 개발하던 스텔스 무인전투기의 이름이었다. 여러 언론이 유무인 복합 운용 시스템의 무인전투기에 로열 윙맨이라는 명칭을 워낙 자주 쓰다 보니 일반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진 제공 · 방위사업청]
‘충성스러운 동료기’ 드론
2018년 미 공군연구소(AFRL)가 공개한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보면 로열 윙맨이 어떻게 미래 항공 작전에 기여할지 예측할 수 있다. 해당 영상에서 로열 윙맨은 F-35A 전투기 대당 최대 6대가 배속돼 인간 조종사의 명령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조종사가 미션 컴퓨터로 표적을 지정해 공격 명령을 내리면 스스로 표적을 향해 날아가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하고 돌아온다. 현재 지상 표적에 한정된 공격 능력을 개량해 향후 공대공 전투 임무도 수행할 전망이다.주요 선진국이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 성능을 평가할 주요 지표도 무인전투기 운용 능력이다. 미국은 F-35A와 연동하는 LCAAT를 더욱 발전시켜 6세대 전투기 PCA, FA-XX와도 연동할 계획이다. 영국 템페스트, 프랑스·독일이 공동개발한 FCAS, 일본 F-3 역시 고도의 인공지능과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이용한 유무인 복합체계로 개발되고 있다. 이 같은 6세대 전투기 개발 트렌드에 ‘4.5세대’ 전투기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KF-21이 그 주인공이다.
당초 차세대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은 기존 F-16을 대체할 4.5세대 전투기 개발을 목표했다. 다만 최종 확정된 설계 형상이 미국 F-22(5세대 스텔스 전투기)와 유사해 스텔스 개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청과 KAI가 KF-21을 ‘진화적 성능 개량’해 6세대 전투기에 준하는 미래형 전투기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KF-21은 120대 도입이 확정된 블록 1과 블록 2 이후 완전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능력을 갖추는 블록 3 개량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공군 내부에서 제작한 ‘유무인 전투임무기 복합체계’ 제하 영상에서 KF-21을 향후 ‘한국형 발키리’와 함께 운용할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해당 영상 속 한국형 발키리는 KF-21 대당 4대가 배속되는 편제로 운용된다. 지상 표적 공격은 물론, 공대공 임무 수행까지 가능한 다목적 무인전투기로 묘사되고 있다. 그렇다면 KF-21과 한국형 발키리의 조합은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까.
미 공군 LCAAT 사업에서 유력 후보 XQ-58A 발키리가 선정되고, 한국이 XQ-58A를 직도입하거나 면허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자. KF-21 1대와 한국형 발키리 4대로 이뤄진 1개 편대만 출격해도 북한의 전략군 산하 미사일 여단 하나를 궤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F-21의 전투 행동반경은 1000㎞ 정도로 예상된다. 제작사 측이 밝힌 XQ-58A 작전 반경은 3941㎞에 달한다. 염가 기체이므로 여차하면 모기로 복귀하지 않고 자폭할 수도 있다. XQ-58A는 고도의 스텔스 설계가 적용됐고 내부 무장창에 최대 8발의 250파운드급 유도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각 폭탄이 표적을 공격하도록 설정하면 무인기 4대로 구성되는 ‘한국형 발키리’ 1개 조는 32개의 표적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한국 공군의 1개 전투기 편대는 4대의 전투기로 편성된다. 유인전투기 4대가 각각 4대의 무인전투기를 이끌고 출격하면 1개 전투기 편대의 무인전투기는 총 16대. 해당 무인전투기들이 투발할 수 있는 정밀유도폭탄은 128발이다. 비행대대(20대) 규모로 확대해 계산해보면, 무인전투기와 연동 작전하는 KF-21 1개 대대로 640발의 정밀유도폭탄을 쏟아부을 수 있다.
‘발키리’ 단 KF-21 1개 대대, 정밀유도폭탄 640발 투하
무인전투기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미 공군은 ‘저가 소모성 항공기 기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인전투기 가격 상한선을 300만 달러(약 35억8050만 원)로 제한했다. XQ-58A 발키리를 제작한 크라토스 측도 미 공군에 대당 200만 달러(약 23억8700만 원) 이하 가격으로 납품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해군이 운용하는 해성 함대함미사일 1발 가격도 20억 원을 넘는다. 여러 번 활용할 수 있는 무인전투기 가격이 이와 비슷한 것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군 당국은 미래 항공무기체계의 발전 추세를 감안해 KF-21 블록 3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이와 연동할 한국형 발키리 획득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형 유무인 전투임무기 복합체계는 미래 한국 공군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뛰어넘는 ‘게임 디스트로이어’(destroyer: 파괴자)로 만들 것이다.《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9호 (p24~25)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