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 강남구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 광고가 붙어 있다. . 2021.10.5/뉴스1 © News1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이 정한 총량 목표치에 근접한 5%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3개월 가량 남겨둔 가운데 대출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은행권 대출 전면 중단’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국내 은행의 지난 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연말 670조1539억원 대비 4.96% 증가했다. 9월말(702조8878억원) 4.88%과 비교해 일주일 만에 0.08%포인트(p)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정한 증가율 하한인 5%까지 0.04%p, 수치상으로 약 2200억원 밖에 여력이 남지 않았다. 상한인 6%까지는 6조9216억원(1.04%p) 남았다. 8월까지 5대 은행의 월평균 가계대출 증가율이 3조5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출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목표치 상한을 6.9%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12조9530억원 정도의 여력이 남는다.
9월말까지 4.89%로 4%대를 유지했던 KB국민은행도 일주일만에 0.17%p 상승한 5.06%를 기록하며 5%대를 넘겼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9월말 대비 각각 0.2%p, 0.14%p 오른 4.24%, 3.16%로 집계됐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7일 기준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21조711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조4985억원(15.6%) 늘어났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 규모의 49.5%에 달하는 수치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5.09% 늘어난 497조8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가계대출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지난 연말처럼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해 12월 시중은행들은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로 대출 속도가 급증하자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미 은행권은 대출 문턱을 크게 높였다. 지난 8월 24일 NH농협은행의 주담대 취급 중단 이후 KB국민·하나·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서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하는 방법으로 한도를 줄였다. KB국민은행은 또 집단대출 중 입주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을 기존 KB시세·감정가액에서 KB시세·감정가액·분양가격 중 최저액으로 변경해 한도를 줄였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임대차 계약 갱신 시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축소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번주 중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만큼,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현재로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도를 높이는 방향이 유력하다. 전세대출에도 DSR을 적용하거나, 현행 60%인 2금융권 차주별 DSR 비율을 은행권과 동일한 40%로 낮추는 방안 등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제가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한다고 했지만 가계부채 관리는 강화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답한 바 있다. 다만 집단대출 중단 등으로 실수요자의 불만이 커지면서 일부 ‘완화 규제’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