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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대회에서 3승…골프 사춘기 벗어나 ‘고고 씽’ 고진영[김종석의 TNT타임]

입력 | 2021-10-11 07:53:00

LPGA 시즌 3승에 통산 10승 두 토끼 사냥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기록
시즌 상반기 슬럼프에 빠져 코치, 퍼터 교체
부산에서 세계 랭킹 1위 재탈환 정조준





파운더스컵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LPGA 투어 통산 10승째를 올린 고진영. AP 뉴시스

고진영(26)은 올해 상반기를 ‘골프 사춘기’로 표현했다. 7개월 동안 5차례 톱10에 들었을 뿐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년 가까이 100주 연속 지켜온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6월 29일 넬리 코르다(미국)에 넘겨주고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이제 고진영은 ‘골프 황금기’를 되찾은 듯하다. 그는 11일 미국 뉴저지 주 웨스트 콜드웰의 마운틴 리지CC(파71)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최종 합계 18언더파로 카롤리네 마손(독일)을 4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최근 6개 대회에서 3차례 정상에 섰다.

고진영은 기분 좋은 귀국길에 올라 21일 부산에서 열리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의 대기록을 세우며 LPGA투어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고진영. AP 뉴시스






●우즈 넘어 소렌스탐과 나란히
갖가지 기록을 쏟아낸 챔피언 등극이었다. 이번 대회 나흘 동안 고진영은 스코어카드에 63-68-69-66타를 적었다. 이로써 7월 에비앙 챔피언십 4라운드 69타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2005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작성한 LPGA투어 최장 연속 60대 타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고진영은 2018년 LPGA 투어 신인상을 받을 때 시상식에서 소렌스탐을 만나 이야기를 잠시 나눈적이 있다. 당시 고진영은 “소렌스탐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를 따라가고 싶지만 너무 많은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어느새 그는 소렌스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하면 LPGA투어 신기록을 갈아치운다.

2019년 고진영은 114홀 연속 노보기 플레이를 기록해 타이거 우즈의 최장 기록 110홀을 뛰어넘기도 했다. LPGA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역사상 최장 연속 노보기 신기록이었다.

이번 시즌 개막 후 10개 대회에서 무관에 그친 그는 최근 6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2회로 필드를 뜨겁게 달궜다.

이 대회는 고진영이 2019년 미국 본토 대회로는 처음 우승한 뒤 지난해 코로나 19 여파로 열리지 못했다.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그는 박세리(25승·2001년), 신지애(11승·2012년), 박인비(21승·2014년), 김세영(12승·2020년)에 이어 10승 고지에 오른 5번째 한국선수가 됐다.

우승 상금 45만 달러(약 5억3000만 원)를 받으며 LPGA투어 통산 상금 700만 달러를 넘겨 725만7239 달러(약 86억8000만 원을 찍었다.

고진영은 “지난주 아쉬웠던 경기를 해서 잘 극복할 수 있을까 부담감이 많았다. 감사하게도 너무 훌륭한 경기를 했다. 한국에서도 10승이고, 미국에서도 10승이다. 디펜딩 챔피언인 대회에서 20번째 우승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 다양한 여가 생활로 재충전

자전거 타기로 근력을 키운 고진영. 고진영 인스타그램

고진영은 4일 끝난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16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셀린 부티에(프랑스)에 뼈아픈 역전패를 허용했다. 속이 상했지만 그는 뉴욕을 방문해 아이쇼핑을 하며 기분을 전환했다. 당시 그는 “뉴욕에 처음 갔는데 굉장히 예뻤다. 길에 사람들이 많았고 팬시샵을 많이 구경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중시한다. 골프장에서 집중을 다한 뒤 필드 밖에선 운동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독서, 여행, 취미 활동 등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데 집중한다. 매니저와 함께 7시간을 운전해 그랜드캐니언을 둘러본 적도 있다.

그래도 자기관리 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 고진영의 한 측근은 “매일 달리기와 줄넘기를 빼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에 머물 때는 팔당댐 인근 등 야외에서 하체 근력과 심폐지구력을 키울 수 있는 자전거 타기에 매달리기도 했다.

이번주 귀국하는 고진영은 “너무 보고싶은 사람들이 많고, 또 대박이(강아지)도 보고 싶다. 부모님이 옆에서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 주셨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먹는 맛이 있기 때문에 빨리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진영이 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LPGA 제공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이번 시즌 주춤거릴 때 고진영은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기대를 모았던 도쿄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뒤 그는 한국에서 7주 정도 머물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이 기간에 과거 자신을 가르쳤던 이시아 코치와 다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흔히 시즌 도중에는 클럽 교체를 꺼리기 마련이지만 고진영은 달랐다. 올 여름부터 새롭게 퍼터(스카티 카메론 팬텀 X5)를 바꿔 효과를 보기도 했다. 과거에도 신제품 드라이버를 과감하게 사용해 오히려 비거리를 늘린 적도 있다. 고진영의 용품 계약 업체 관계자는 “자신에게 맞는 클럽이라면 언제든 잘 맞아들이는 스타일이다. 용품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한 것도 좋은 성적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미국 진출 후 고진영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데는 언어 장벽을 무너뜨린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고진영은 미국에서 어딜 가든 현지인들과의 대화도 적극적이다. 잠들기 전에 외국 선수 인터뷰 동영상을 많이 보면서 따라 하며 표현을 익힌다. 장거리 이동 때는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교재 삼아 즐겨 보기도 한다. 입과 귀가 열리면서 골프도 잘 풀리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