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샌드위치 속 3조 원 정보…핵잠 기밀 빼돌리던 美해군 부부 체포

입력 | 2021-10-11 19:32:00


한 척당 3조 원 가치가 넘는 미국 핵추진 잠수함의 기밀 정보를 단돈 1억 원에 다른 나라로 팔아넘기려 한 미 해군 기술자 부부가 원자력법 위반 혐의로 9일(현지 시간) 체포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핵공학자 조너선 토비(42)는 지난해 4월 미 군사기밀인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관련 자료를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는 대가로 해외 정부에 넘기려다가 뒤늦게 거래 사실을 인지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기술은 1958년부터 미국과 영국, 두 나라만 공유해오던 정보다. 지난달 미국은 오커스(AUKUS)를 출범하면서 이 기술을 호주 정부에게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토비가 어느 국가에 접근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그는 지난해 4월 1일 갈색 우편봉투에 미 해군에서 빼온 핵잠수함 작동 매뉴얼 등 기술 관련 문서들과 암호화된 이동식 저장장치 SD카드, 지시사항들이 적힌 편지를 넣어 해당 국가로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당신 언어로 번역한 게 어색해서 미안하다. 이 편지를 당신의 군 정보기관에 전달해 달라. 이 정보가 당신 나라에 큰 가치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의 범행은 전 세계 63개국에서 활동 중인 법률담당관 중 한 명에 의해 발각됐고 그가 보낸 편지는 FBI의 수중에 넘어갔다. 그는 ‘밥’라는 이름의 수취인으로 위장한 FBI 요원의 덫에 넘어가 선불 지급 조건으로 FBI에게 암호화된 자료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세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 첫 약속 장소인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는 정보가 담긴 SD카드를 땅콩잼을 바른 식빵에, 두 번째와 세 번째 거래 때는 각각 반창고와 껌에 숨겨 전달했다. 물건을 두고 갈 때마다 그의 아내 다이애나(45)가 망을 봤다고 한다. 토비가 제공한 해독키로 정보를 확인한 FBI는 곧바로 그가 거주하는 메릴랜드로 출동해 부부를 체포했다.

토비는 2012년부터 해군 핵추진 설비 작업에 참여했다. 이 작업에는 핵추진 잠수함 소음과 진동을 감소시키는 연구 개발도 포함됐는데 이는 적군에게 잠수함의 위치를 숨기는 데 사용된다. NYT는 그가 15개월 동안 해군 최고 책임자인 해군 작전 최고 사령관실에서 근무하면서 기밀 문서 접근 권한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