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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청년전세임대 대상자로 선정돼 기뻤는데 막상 1억 원대 전세 매물을 찾으려니 정말 없네요. 어렵게 찾더라도 햇볕이 안 들어오는 반지하이거나, 너무 좁고 더러워서 도저히 살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청년전세임대주택 제도를 통해 자취방을 알아보고 있는 대학생 박모 씨(24)는 “5주째 방을 알아보러 다니는데 마땅한 방이 없어서 차라리 지원을 포기하고 일반 월세방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전세임대는 LH가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맺은 뒤 청년에게 싸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박 씨 같은 서울 거주자의 경우 1억2000만 원 이하 전세 매물은 LH가 전세금을 모두 부담한다. 하지만 서울 전세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매물을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장 씨는 조건에 맞는 매물 2곳을 찾았으나 2곳 모두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20분가량 떨어져 있고, 지은 지 30~40년 된 낡은 건물이었다. 가전제품이나 가구는 전혀 구비되어 있지 않았고 햇볕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취재팀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제도가 시작된 2011년에는 LH 지원 대상이 되는 60㎡이하 주택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7785만원이었다. 당시 LH의 지원액은 7000만원으로 전체 전세 매물의 51.3%가 지원액보다 낮았다. 하지만 같은 규모 주택의 올 1~9월 평균 전세보증금은 1억7568만 원에 달한다. 전체 매물의 66.7%가 LH 지원액(1억2000만 원)보다 전세보증금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LH 청년임대사업에서 계약되는 매물의 경우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 집주인이 계약을 꺼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LH는 지원 대상 매물 소유자에 대해 부채 비율, 각 호실별 보증금 및 임대소득 등을 확인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일반 계약이라면 알리지 않아도 되는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임대업을 하는 A 씨(74)는 “LH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 전세금을 받을 바에는 일반 월세 계약을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관악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최성문 씨는 “LH 사업에 한번 참여했다가 절차가 복잡해 더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집주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LH 관계자는 “전셋값 상승으로 청년전세임대주택 지원금이 전세 시세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며 “지원 단가를 현실화 하는 방안을 정부와 지속해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