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 물리학상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기상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자 3명 중 2명이 90세 동갑내기 기상학자다.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다. 이들은 반세기 이상 기후변화 연구에 매진해 지구 온난화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마나베 교수는 1967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예측모델을 발표해 기후변화 연구의 선구자로 통한다. 하셀만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파리기후협약(2015년)의 토대를 닦은 연구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노벨상 수상이 나온 적은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국제적 행동을 촉구해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석좌교수(경제학)는 기후변화를 서구 경제성장 모델에 통합해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기상학이 학문적 성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기후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견고한 과학적 토대 위에 세워졌다는 걸 증명했다는 평가다.
▷이달 31일부터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가 열린다. 마나베 교수는 이곳에 모일 세계 정상들을 향해 말한다. “환경뿐 아니라 에너지 농업 물 등 여러 사안이 얽힌 기후정책을 만드는 것이 기후예측보다 천 배는 어렵다.” 8일 탄소중립위원회와 관계 부처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26.3%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0%로 대폭 상향한 조정안을 제시하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노벨상 받은 기상학자들이 기후예측보다 어렵다고 하는 기후정책은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 국내 산업구조를 무시한 국제적 쇼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