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접종률 31%, 내국인의 절반… ‘백신 사각지대’로 집단감염 계속 미등록 외국인 수소문 접종 설득… “고용사업주들 인식 개선도 필요” 신규확진 1297명 두달만에 ‘최저’
“불법체류 단속 안 합니다” 8일 오전 경기 안산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주차장에 버스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임시접종소가 차려졌다. 이날 이곳에선 불법체류 외국인 등 129명이 백신을 접종했다. 경기도는 이달 말까지 외국인 접종 백신 버스를 운영한다. 안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없는 주소라고 나오는데요? 노 어드레스(No address). 주소 안 적으면 백신 못 맞아요.”
8일 오전 경기 안산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주차장에 세워진 버스 안에서 의료진과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과정에서 중국 출신의 근로자 A 씨가 가짜 주소를 적어낸 것이다. 미등록(불법체류) 신분이 노출되는 걸 걱정한 탓이다. 현장에 ‘불법체류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내걸렸지만 A 씨는 경계심을 풀지 못했다. 의료진의 설득 끝에 A 씨는 지인의 주소를 적어낸 뒤 백신을 맞았다. 6일부터 사흘간 이곳에 투입된 ‘백신 버스’를 통해 348명이 접종했는데 이 중 152명이 A 씨처럼 불법체류 외국인이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앞두고 부진한 외국인 접종률로 인해 방역당국이 비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접종 완료율은 59.6%다. 하지만 외국인만 따로 보면 31.4%(7일 0시 기준)로 절반 수준이고 속도도 빠르지 않다. 외국인들이 ‘백신 사각지대’에 놓이다 보니 집단 감염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외국인 지인 모임 관련 집단 감염은 확진자가 840명까지 늘었다. 질병청에 따르면 9월 12일부터 2주간 발생한 성인 확진자의 83.1%는 미접종 및 불완전 접종군에서 발생했다. 그만큼 미접종자의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11일 오후 4시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은 사람은 4000만6549명으로 집계됐다. 백신 접종 사업을 시작한 후 227일 만에 1차 접종자가 40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297명으로 2개월여 만에 가장 적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성준 인턴기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