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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셉트 따라 코스요리 재미로 한입, 맛으로 두입[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

입력 | 2021-10-13 03:00:00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서울 마포구의 중식당 ‘몽중식(夢中食)’은 문을 연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요리뿐 아니라 내부 공간도 수시로 바뀌는 요소를 도입해 색다른 식사 경험을 선사합니다.

손님이 고르는 단품요리는 없고 정해진 코스요리만 있는데 낮 12시, 오후 2시에 시작되는 점심 코스는 6가지, 오후 5시 디너 코스1은 8가지, 오후 7시 30분 디너 코스2는 10가지 요리가 각각 나옵니다. 예약은 필수입니다. 요리는 특정 영화의 콘셉트에 따라 수시로 바뀝니다. 이달 말까지는 배우 저우싱츠(周星馳·주성치)의 ‘소림축구’를 테마로 한 코스요리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올 11, 12월에는 ‘첨밀밀’로 바뀔 예정이라네요. 그때그때 요리뿐 아니라 술, 실내 인테리어까지 영화 배경에 따라 설계되는 구조입니다. 특히 중국요리처럼 식재료와 조리법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할 경우 그것들을 어떤 맥락으로 골라 담아내느냐가 관건인데요. 이 식당의 테마영화는 꽤 훌륭한 도구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손님들은 상영시간(?) 10분 전 입장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상영하는 건 아니고 코스에 맞춰 해설자의 설명과 함께 스토리 보드를 넘기며 진행합니다. 스토리 전개에 따라 적절한 요리와 그에 어울리는 중국술이 함께 제공되죠. 물론 술은 마시고 싶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아도 됩니다. 테이블은 진행과 서빙 편의를 위해 U자 형태로 돼 있습니다.

‘소림축구’ 코스는 담백한 ‘치킨 콘지’와 식전주로 시작합니다. 송화강주를 중국 녹차로 희석해 식전주로 딱 좋습니다. 웰컴 플레이트는 특별히 제작한 미니어처 축구 골대네요.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설명을 들으면 쉽게 연상됩니다. 이어지는 코스는 망태버섯이 곁들여진 샥스핀입니다. 그리고는 3종 딤섬이 나오는데 농향이 진한 길상여의주와 잘 어울립니다. 가족의 행복을 기리는 요리로 알려져 있는 전가복은 주인공 씽씽(주성치)과 헤어졌던 사형제들이 모여 뜻을 모으는 대목에 등장합니다.

무기력했던 사형제들의 무공이 돌아오는 장면에서 ‘새싹 인삼 빵빵지’ 요리가 나옵니다. 닭다리 살을 두드려 부드럽게 편 후 달콤새콤한 땅콩소스에 무쳐 인삼 새싹, 비타민과 함께 내는 요리죠. 죽엽청의 향과 잘 어울립니다. 바삭한 고추로 장식한 오징어튀김은 곁들여 나오는 향긋한 고수와 함께 먹으면 풍미가 살아납니다. 마늘, 당면과 함께 나오는 새우튀김 ‘차오궈타오’와 탕수육 원형으로 알려진 광둥지역 ‘구루러우’ 뒤에는 완탕면이 나옵니다. 요리들이 그다지 기름지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지만 시원하고 말끔한 국물은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마지막 디저트는 바나나 전병입니다.

서울 마포구 ‘몽중식’의 완탕면. 이상황 씨 제공

다음 코스요리인 ‘첨밀밀’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또 어떻게? 상상만으로도 기대됩니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아도 음식 맛이 별로면 꽝일 텐데, 다행히 이곳은 그렇지 않네요.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