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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대리점주’ 아내에 집화점 내주자… 택배노조 “단식투쟁”

입력 | 2021-10-13 03:00:00

노조 “기존 노조원 일거리 빼앗아
생존권 위협… 노조 와해 시도”
CJ대한통운 앞서 무기한 농성
고인 지인들 “유족을 또 한번 울려”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김포 장기 대리점 택배노동자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1.10.12/뉴스1


CJ대한통운이 택배 노조원들의 집단괴롭힘을 호소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포 장기대리점 소장 이모 씨(40)의 아내에게 택배 집화 업무를 하는 대리점을 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기존 노조원들의 일거리를 빼앗는 행위이자 노조를 와해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12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 노조원 1명이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8월 30일 숨진 이 씨의 아내에게 집화대리점 운영권을 내줬다. 집화대리점은 기업, 소상공인 등과 택배 계약을 맺는 영업 업무를 주로 하는 대리점이다. 택배 배송은 하지 않는다. 집화대리점은 물건을 맡기는 업체와 계약을 맺어 수수료를 받은 뒤 물건을 택배 터미널에 전달한다. 이후 배송은 다른 대리점이 한다.

CJ대한통운은 세 명의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유족을 배려해 김포 장기대리점 지역 내에 집화대리점을 이 씨 아내에게 내줬다. CJ대한통운은 11월부터 기존 김포 장기대리점 집화처 일부를 이 집화대리점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이모 씨의 동료 소장들에 따르면 이관된 집화 물량 대부분은 숨진 이 씨가 생전에 직접 계약을 따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집화처 이관은 노조 와해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유족에 대한 배려가 기존 택배노동자의 물량을 빼앗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일부 택배 근로자들은 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택배 근로자들의 물량을 뺏으려는 건 노조 와해 시도”라며 “원청 물량으로 유족을 지원하고 노조원들의 집화처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무기한 단식에 나서겠다고 밝힌 노조원 한모 씨는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고인의 갑질이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 코로나 기간에 얼음물 한번 사준 적 없고, 노조도 무시했다. 원청(CJ대한통운)이 노조원들의 집화처마저 모두 강탈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의 동료와 지인들은 “고인과 유족을 또 한 번 울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 택배 대리점 관계자는 “노조는 고인을 추모한다고 해놓고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고인을 욕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을 이용해 원청을 끌어들이는 부당한 시위에 나서고 있다”며 “숨진 이 씨가 생전에 일궈 놓은 일터와 계약 일부를 유족에게 주는 것조차 투쟁의 도구로 쓰려는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