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DB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구속영장에 1100억 원대 배임과 더불어 ‘750억 원 뇌물 공여’ 혐의를 적시했다. 대장동 개발 이익의 25%(700억 원)를 유동규 씨에게 약속한 것은 맞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셈이다. 나머지는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50억 원이다.
한 개인의 750억 원 뇌물 공여는 듣도 보도 못한 액수다.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과거 뇌물 사건에 비할 바도 아니다.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3개 기업에 돈을 요구하거나 실제로 받아 인정된 뇌물 액수가 245억 원이다. 3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수서 비리 사건 당시 한보 정태수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은 100억 원이었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규모는 수천억 원대이지만, 집권 기간 수십 개의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액수의 총합이다. 당시 국내 1, 2대 기업이 살아있는 최고 권력자에게 건넨 돈이 250억 원이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액수는 몇 차례에 걸쳐 건네진 150억 원이었다. 정경유착, 불법 정치자금이 횡행하던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은밀한 거래였고 단죄를 받았다. 강산이 몇 번 바뀐 지금, 한 기초자치단체의 개발 사업을 따낸 개인 사업자가 ‘성남시 산하기관 일개 직원(유동규)’에게 700억 원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 물가와 화폐 가치를 감안해도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래서 더욱 의문은 꼬리를 문다. 유 씨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총책으로 사업자 선정이나 수익 배분 구조 설계 등에 특혜를 주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한 개인에게만 700억 원을 약속했다는 건 도무지 상상이 안 간다. 김 씨는 “천하동인 1호의 지분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했다는 녹취록에 대해 “말한 적 있다” “없다” 등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제3의 ‘숨은 그분’이 실재하는 것 아닌가. 김 씨는 대장동 패밀리의 맏형 노릇을 했다고 하니 다섯 살 아래의 유 씨를 그분이라 지칭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