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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출 문화재 환수 앞장선 ‘마지막 왕녀’

입력 | 2021-10-14 03:00:00

고종 차남 의친왕 5녀 이해경 여사
경기여고 ‘자랑스러운 경기인’ 선정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환수 운동도
‘간호법 제정’ 김조자 교수 함께 선정



미국 현지 한인 매체의 표지모델로 실린 ‘조선왕실 마지막 왕녀’ 이해경 여사의 모습(왼쪽 사진). 오른쪽은 이 여사가 일곱 살 때 찍은 사진. 경기여고·이해경 여사 제공


고종의 친손녀이자 ‘조선왕조 마지막 왕녀’로 불리는 이해경 여사(91)가 경기여고 동창회인 경운회(회장 김영란)가 수여하는 제28회 ‘자랑스러운 경기인’ 수상자로 선정됐다. 조선왕조 자료 발굴 정리 및 재외 한국 유물 반환 요청 등의 활동을 펼친 공로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이 여사는 고종의 차남인 의친왕(1877∼1955)의 다섯째 딸로 1930년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서울 종로에 있던 의친왕 사저인 사동궁(寺洞宮)에서 살았다. 광복 이후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음악과를 졸업한 이 여사는 서울 풍문여고에서 음악 교사로 근무하던 1956년 비행기를 타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화 80달러를 들고 사흘 만에 미국에 도착한 이 여사는 1959년 텍사스 메리 하딘 베일리여대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성악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졸업 이후 생계를 위해 식당, 김치장사, 보모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 6·25전쟁 당시 대구 미8군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1969년 미국 컬럼비아대 동양학 도서관 한국학 사서로 취직했다. 이 여사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역사 인식 재정립과 유물 반환 활동에 나섰다.

이 여사는 1996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27년간 미국 곳곳에 숨어있던 조선 관련 자료들을 찾아냈다. 그는 아버지 의친왕이 미국 버지니아주 로어노크대에서 유학하던 때 주미 한인 청년들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기록을 공개하거나 1997년 ‘나의 아버지 의친왕’이라는 회고록을 펴내는 등 조선 왕가와 관련된 활동을 해 왔다.

이 여사는 재외 한국 유물 반환에도 힘썼다. 2013년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고종의 투구와 갑옷을 돌려보내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 등에게 반환 청구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워싱턴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환수 운동을 계획한 것도 그였다. 이 여사는 수상 결정 후 “자신과 주위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았을 뿐 사회에 공헌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조자 연세대 간호대 명예교수(80)도 이 여사와 함께 자랑스러운 경기인에 선정됐다. 김 교수는 2006년 간호협회장을 지내며 간호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등 간호 교육과 보건 정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시상식은 16일 서울 강남구 경기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