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 재생에너지-무공해차 확대 계획 “불가능한 목표” 기업들 난색 “더 늦으면 산업 경쟁력 약화”
《“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은 단계) 목표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2030년 감축 계획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8일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산업계 곳곳에서 나온 반응이다.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되어야 한다’고 명시된 점과 국제 동향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2018년 7억2760만 t에 달하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4억3660만 t까지 줄여야 한다.》
부문별로는 에너지의 경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2억6960만 t)의 44.4%를 줄인다. 산업 부문 배출량은 연료 전환과 효율 제고를 통해 2억6050만 t에서 2억2260만 t으로 감축한다. 건물 부문은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 수송 부문은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 확대로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다.
○산업계 “실현 불가능한 감축 계획”
산업계는 정부의 NDC 계획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한다. 정부 발표안대로 NDC를 확정하면 에너지·산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뿐 아니라 경제 산업 전반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감축안이 나온 8일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진행한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쏟아졌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국내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 공정의 에너지 효율은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데, 여기서 탄소 배출을 더 줄이려면 그야말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감산, 해외 이전으로 인한 산업 위축,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문을 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20년 6.6%에서 2030년 30.2%까지 늘린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송배전망과 같은 신규 설비에 투자하고 건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기상상황에 따라 생산량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 특성상 많이 생산했을 때 이를 미리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구축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석탄발전을 줄이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업, 보상 등의 문제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수입 줄이는 효과”
여기에 에너지·산업 구조 전환이 늦어질수록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의 품목에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양을 따져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를 2023년부터 시범 시행한다.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EU나 미국이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약 3조8214억∼4조6573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감축·전환이 탄소경쟁력 확보 지름길”
세계 시장에서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캠페인)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도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구조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요인이다.
8월 딜로이트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경제의 터닝포인트-기후 행동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주도한다’ 보고서에는 한국이 온실가스를 과감하게 줄인다면 2070년까지 약 2300조 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결론이 담겼다. 반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935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이 지나치게 과감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주요국의 2030년 NDC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 않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