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후보 확정 닷새째인 14일 도정 업무와 경기도 국정감사 준비에 주력했다. 이 후보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초점이 맞춰질 18일과 20일 경기도 국감 이후에야 본격적인 대선 주자 행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선 후보 확정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회동도 국감 이후 이르면 21일경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文, 李에 “축하한다” 덕담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참석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행사를 마친 뒤 문 대통령은 기념 촬영을 위해 참석자들과 함께 이동하던 중 이 후보에게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 후보가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이 외에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간 별도 면담은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적 목적의 행사가 아니고 17명의 시도지사가 다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이 후보도 단체장 중 한 명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정식 만남은 경기도 국감이 끝난 뒤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 청와대 참모는 “이 후보의 면담 요청에 따라 현재 일정과 방식 등을 조율 중”이라면서도 “18일 경기도 국감 전에 만나는 것은 시간상 촉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도 “국감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이 후보가 직접 소상히 설명해 이 문제를 마무리 지은 뒤 대선 행보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청와대와 이 후보 측 모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경선 결과를 수용한 만큼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만남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李 직면 과제, 대장동 국감과 ‘이낙연 끌어안기’
이 후보는 이날 공식 일정 외에는 18일 행정안전위원회와 20일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감 준비에 집중했다. 대장동 관련 의혹을 털어내는 것이 이 후보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국감을 통해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경기도 국감이 끝나면 곧 지사직을 내려놓는다는 계획이다. 현직 도지사 신분으로는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못해 공약 발표 등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를 끌어안아 당의 화학적 결합을 속히 이루는 것도 이 후보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다. 한 여당 의원은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한 40%의 표를 그대로 가져오지 못한다면 본선이 힘들어진다”며 “이 전 대표의 수용 선언으로 공이 이 후보에게 넘어간 만큼 이 전 대표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설훈 의원을 향해 “아쉬움과 상심이 크셨을 텐데 이렇게 대의를 위해 결단해주셔서 고맙다”며 “내어주신 손끝까지 함께 잡고 4기 민주정부,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의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설 의원은 전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며 경선 결과 수용 입장을 보였다.
이날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이 전 대표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갈등 수습에 나섰다. 송 대표는 공군 김해기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아침에 (이 전 대표에게) 전화드렸고 긴 시간 통화했다”며 “심경 잘 전해드렸고 조만간 한 번 찾아뵙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 대표는 “이 후보도 어제(13일) 이 전 대표와 통화했다고 한다”며 “저도 이 후보에게 이 전 대표를 적극 예우해서 꼭 찾아봬라 이렇게 권유 드렸다”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