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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 인사이트 저널] '오늘의집', 일본 부동산 시장에도 안착할 수 있을까?

입력 | 2021-10-14 22:06:00


[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2030세대라면, 아마도 '오늘의집' 앱을 사용해봤을 확률이 높다. 주택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은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오늘의집은 2030세대에서 그만큼 보편적인 인테리어 서비스 플랫폼이다.

<출처=오늘의집 홈페이지>


실제로 2020 오픈서베이에서 2030세대를 대상으로, 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얻는 앱에 대해 조사했을 때, '오늘의집을 사용한다'는 답변이 20대에서는 81.1%, 30대에서는 77. 3%를 차지했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으며, 동시에 가구 구매도 할 수 있는 이커머스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공 서비스는 크게 세 축으로 나뉘는데, (1) 이용자 소통이 가능한 인테리어 커뮤니티 플랫폼과 (2)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스토어 서비스 (3) 리모델링 플랫폼 서비스다.

현재 국내에서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관련 앱' 부문에서 부동의 위치에 올랐다. 20대 뿐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위 2020 오픈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인테리어 정보 관련해 오늘의집을 이용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전체 연령층의 72.6%였다. 답변율 2위인 집꾸미기(16.7%)에 세 배가 넘는다. 구매 점유율은 아직 높지 않지만, 코로나 특수로 인해 점차 성장 중이다. 2020 가구 구매율 관련 설문에 따르면, 인테리어 앱에서 가구를 구매했다는 답변이 7.7%p 만큼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국내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오늘의집은, 과연 일본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테리어 관련 정보 이용 앱 <출처=오픈서베이>


가구 구매 채널 <출처=오픈서베이>


일본 가구 시장의 특징

1) 일본의 주택 리모델링 열풍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극심한 도심 과밀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고령화가 진행되며 인구가 감소하자 빈집이 늘어난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청의 '2018년 토지·주택 통계 조사'를 보면, 일본 전국 빈집은 846만 가구고, 비율로 보았을 때는 13.6%에 달한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오는 2033년에는 빈집이 더 늘어, 전체의 3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심인 도쿄 빈집 증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2018년 기준 도쿄에는 81만여 채의 빈집이 있고, 그중 70%가 도심 23구내에 집중돼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대유행과 재택근무 보편화로 인해, 2020년 10월부터 도쿄에서 인구 유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현재는 더욱 심화됐으리라 예상된다.

인구 유출은 심각한 문제다. 인구 유출은 도시의 슬럼화로 이어진다. 이에 일본 정부는 빈집 활성화를 권장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빈집대책특별조치법'이다. 우선 개인 및 사업자들이 주택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도록 주택의 등록면허세와 취득세를 낮추고, 허가 없이 신고만으로 민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러한 빈집은 대개 오래됐기에 주택 리모델링(주택 리폼)이 필요하다. 자연스레 일본 내 인테리어 시장은 성장하게 됐다. 이에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주택 리폼 시장이 2020년 약 72조 원 규모에서 2025년에는 2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2) 코로나19 대유행과 1인 가구 시장

일본은 지난 15년간 1인 가구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반면 2~4인으로 구성된 핵가족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국립 사회보장 인구문제 연구소는 1인 가구가 점차 늘어 2025년에는 36.9%, 2040년에는 39.3%를 차지하리라 전망하였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사람들은 흔히 하나를 전제하게 된다. 바로, '1인 가구는 작은 집(소규모 주택, 소규모 아파트)을 선호한다'라는 생각이다.

<출처=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KOTRA 나고야무역관>



그러나 이는 실상과 다르다. 혼자 산다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특화된 공간을 꾸밀 수 있는 큰 집을 원한다. 1인 가구 소비자들이 작은 집에 거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구매력이 높아지면 혼자 산다고 해도 넉넉한 크기의 집을 원한다. 최근 일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해 집값이 폭락했다. 이는 집 구매력 상승의 원인이 됐다. 또한,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거주 공간과 업무 공간을 분리하길 원하게 됐고, 이는 공간이 명확히 분리되는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일본 내 인테리어 시장의 소비자들은 두 가지 특성을 보인다. 첫째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이 가족이 아닌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위안을 줄 수 있는 넓은 집, 인테리어도 마음에 드는 집을 선호하게 됐다. 이는 인테리어 시장의 성장으로 연결됐다.

둘째로, 코로나19로 확산된 재택근무 덕분에, 집의 일부를 사무실처럼 꾸미는 게 보편화됐다. 즉 홈오피스로 꾸미기 위한 가구나 집기가 필요하게 됐고, 이는 오피스 가구의 매출을 견인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일본 가구 업체 1위인 니토리는 매출액(2월 21일~3월 20일)이 전년 동월 대비 10.9% 증가하는 등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니토리는 재택근무용 책상 및 의자 매출이 성장을 견인했다고 판단했다.

자택의 오피스화는 최근 일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일본은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근무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재택근무가 사회에 정착되면, 다양한 지역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례로, 일본 기업 SHIFT(시프트)는 아예 최근 계약금 1백만 엔(한화 약 1천만 원)으로 원격 근무를 전제하는 직원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이에 대해 '지역 제한 해제를 통해 인재 채용이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자택의 오피스화는 일본 내 하나의 명확한 현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소비자들의 필요조건과 '오늘의집'
앞서 살펴봤듯, 일본 인테리어 시장의 소비자들에게는 1) 주택 리모델링을 위한 가구 구매 2) (실거주 목적에서)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인테리어 선호 3) 재택근무용 오피스 가구 구매 증가라는 세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자, 그렇다면 오늘의집은 이들 조건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

오늘의집 상세페이지 <출처=오늘의집 홈페이지>


위의 2번 조건과 3번 조건의 경우, 오늘의집의 인테리어 콘텐츠를 좀더 강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오늘의집은 이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인테리어 콘텐츠를 제공한다. 우선 대표적으로 오늘의집의 '전문가 집들이' 서비스가 있다. 이는 인테리어 전문업체들이 자사의 리모델링 서비스에 대해 소개하는 콘텐츠다.

'카페 같은 거실의 집', '오피스형 가구'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리모델링 포트폴리오를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포트폴리오에는 리모델링 과정과 인테리어 노하우도 함께 소개된다. 사진을 클릭하면 사진에 사용된 제품/그와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상세 페이지로 연결된다.

오늘의집 콘텐츠는 일본 고객들의 현재 트렌드와 들어맞는다. 키워드를 바탕으로 취향을 분류하기 때문에, 일본 고객들은 이 콘텐츠를 바탕으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셀프 인테리어 노하우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필터 기능은 지역별로 다양한 주택이 형성된 일본의 주택 환경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일본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오늘의집 커뮤니티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만든다.

1번 조건의 경우 오늘의집의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다. 특히 이는 소규모 민간 사업자들(민박, 임대용 리모델링)에게 효과가 있다.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많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견적을 맞추고, 시공, 도배 등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데에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이는 주택 리폼의 난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의집은 이러한 주택 리폼의 난이도를 대폭 낮췄다. 오늘의집을 통해, 소비자들은 여러 인테리어 업체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다. 또한 예상 견적을 통해 빠르게 예산을 가늠해볼 수 있고, 앞서 언급한 인테리어 콘텐츠로 원하는 스타일을 구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테리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감도 해소될 수 있다. 소비자는 사업자의 최근 계약 건수와 고객 후기, 사업자 휴/폐업 여부, 자격 면허, 이력 등을 확인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주택 리폼에서 일본 소비자들이 인테리어 시공 업체와 겪을 분쟁 유형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테리어 시공 업체가 과도한 가격을 요구하거나, 소비자의 비전문성을 이용해 이른바 '날림 시공'을 할 수도 있다. 오늘의집의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업체 선택 서비스는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타개할 수 있다.

일본 1위 가구 서비스, 니토리

다만, 오늘의집이 일본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일본의 인테리어 회사인 '니토리'다. 니토리는 일본 내 인테리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매출액 3,880억 엔에서 꾸준히 성장해 온 니토리는 2019년 6,420억 엔을 달성하며 영업이익 15~16%를 기록했다. 니토리는 오늘의집과 취급 품목과 사업 내용이 비슷하다. 현재 가구 판매, 홈 악세서리, 리모델링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즉, 오늘의집이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니토리와 다른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니토리 대신 오늘의집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일본 인테리어 시장 1위 기업, 니토리 <출처=니토리 홈페이지>


그럼 오늘의집만의 차별점은 무엇이 있을까? 역시 현저한 차별점은 바로 '커뮤니티'다. 단순 판매+리모델링을 지향하는 니토리와는 다르게, 오늘의집은 커뮤니티 서비스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오늘의집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처럼 게시물을 올리고, 팔로잉/팔로우 기능을 통해 커뮤니티 내에서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이용자들이 자신의 집을 소개하고 인테리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존재한다.

이 커뮤니티 기능은 오늘의집이 일본 시장 진입 초기에 '고객 리텐션(user retention, 고객유지율)'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이트나 앱이 고객 리텐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이트나 앱이 일상에 스며들게 만들어야 한다. 오늘의집은 이를 '이용자들 간의 소통 기능'으로 해결했다. 이용자들은 앱을 통해 자신의 일상들을 공유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한다. 이용자들 간의 소통에서 재미를 찾게 만들어, 이들이 앱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것이다. 이는 일본 시장에서도 강력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되리라 예상한다.

오늘의집의 두 번째 차별점은 오늘의집의 인터페이스(UI)와 사용경험(UX)이다. 니토리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쇼룸에 집중하는 서비스다. 물론 니토리 또한 온라인 배송, 온라인 리모델링 서비스 기능 등을 제공하지만, 오프라인 기반 서비스라 사이트의 UI/UX는 오늘의집에 비해 다소 미흡하다. 반면,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상품 구매를 온라인으로 유도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는, 가구 사진을 클릭했을 때 상품 상세페이지로 바로 연결하는 기능, 또는 이용자들이 올린 이미지로 유사한 상품을 찾는 기능 등이 그러하다.

사실 IT 플랫폼은 여태까지 일본에서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일본은 유독 디지털 변화에 느리다. 따라서 일본 소비자들이 IT 플랫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리라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으로 일본 또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일본 기업에 전자서명 체계가 도입되어 있지 않았다. 때문에 코로나19 유행 초기 재택근무 중에도 상사의 결재 도장을 받으려면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곤 했다.

현재 일본은 총리가 바뀌면서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5월, 스가 전 총리는 국회에서 디지털 관련 개혁법을 통과시켰다. 도장이 필요한 행정 수속 등을 없애고 본격적인 디지털화를 꾀하는 것이다. 행정 부서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에도 이러한 변화를 권장하고 있다. 머지 않아 소비자들에게도 디지털화가 보편화되고, 그런 만큼 IT 플랫폼의 편리함을 실감하리라 생각한다. 뛰어난 플랫폼과 IT 관련 노하우를 보유한 오늘의집이라면, 니토리 등과 같은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일본 문화를 바탕으로, 출발!
오늘의집이 일본 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한 조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면 배송'이다. 우리나라는 비대면 배송이 아주 익숙한 일상이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수령자가 부재 중이면, 배송자가 계속 방문해 수령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게 원칙이다. 수령인이 직접 택배에 인감 날인하는 택배 수령 확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배송 서비스의 특성이다.

<출처=셔터스톡>


물론 코로나19 유행으로 문앞 배송도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주택 구조 특성상 문앞에 택배물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여전히 대부분 대면 배송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현재 오늘의집이 시범 도입한 '지정일 배송'을 좀더 개선하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지정일 배송은 오늘의집에서 구매한 가구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설치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한국 배송 서비스의 특징인 '오늘 주문, 내일 도착' 시스템까지 접목하면, 다소 아쉬웠던 스토어 측면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리라 예상한다.

앞서 살펴봤듯, 코로나19 대유행, 고령화 추세, 고유 생활양식 등의 요인으로 일본 인테리어 시장은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 인테리어 시장의 굳건한 1위 기업 니토리와 비교했을 때, 오늘의집은 이미 두 가지 강점을 갖췄다. 1) 우수한 커뮤니티 서비스, 2) IT 플랫폼으로서의 우수한 특성이다. 여기에 일본 특성에 맞춘 대면 배송 전략을 구상한다면, 일본 시장에서도 한국 못지 않은 고유한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뿐 아니라 여러 국가, 다양한 환경의 해외시장에서도 선전하길 기대한다.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심하경 (simhasd@yonsei.ac.kr)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