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기각에 귀가하는 김만배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15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1.10.15/뉴스1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4일 오후 11시 20분경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이 같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이 피의자와 변호인의 강한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주된 증거라는 녹취록을 제시하거나 녹음을 들려주지 않고 조사를 진행한 것은 법률상 보장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는 김 씨 측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김 씨의 범행으로 도시개발사업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고, 소수 사업자들에 부당한 개발 이익이 돌아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김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구속영장에 기재한 범죄 사실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2015년 대장동 개발이익의 25%(약 700억 원)를 주기로 약속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돈을 주기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김 씨를 구속 수감한 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와 화천대유 측의 정관계 및 법조계 금품 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려고 했던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원은 “검찰이 증거 능력이 없는 녹취록을 근거로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변호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김 씨를 포함한 화천대유 관계자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친 뒤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김 씨는 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이재명 경기도지사하고 특별한 관계도 없고 옛날(2014년)에 인터뷰차 한 번 만나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녹취록의) ‘그분’은 전혀 없고, 그런 말을 한 기억도 사실 없다”며 “(천화동인 1호는) 제가 주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그분’이라는 표현이 한 군데 있다. 그런데 정치인 ‘그분’을 얘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김 씨 주장과는 다른 설명을 했다.
고도예 yea@donga.com·유원모·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