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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 10년간 한 단체가 600억 독점수주”

입력 | 2021-10-15 03:00:00

“대규모 불공정-특혜-비효율 있었다”
‘박원순 민간위탁사업’ 대수술 전망
설립자 “인건비 문제삼는건 부당”




서울시가 14일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끌어온 사단법인 ‘마을’이 지난 10년간 시로부터 약 6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대규모 불공정과 특혜, 비효율이 있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진행해온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추진된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사업 개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마을’은 그해 마을공동체 사업 수탁기관으로 선정돼 올해까지 약 10년간 시로부터 약 600억 원의 사업을 독점 위탁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공동체 제도는 박 전 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로 주민 스스로가 직접 정책을 제안 수립 실행하는 시민 주도 사업이다.

‘마을’은 2012년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9년 3개월간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위탁 운영 명목으로 약 4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 센터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을’ 관련 단체 등 5곳에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마을’은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도 위탁 운영해 약 14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서울시는 ‘마을’이 가까운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마을공동체 사업을 관리 감독하는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등 ‘제 식구 챙기기’를 통해 사업을 독점적으로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을’ 설립자인 유창복 씨는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과 서울시 협치자문관을 지냈다.

서울시는 “객관적이고 엄격한 평가와 감사를 통해 시민 혈세가 투입된 잘못된 행정과 정책들을 재구조화하고 정책 방향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유 씨는 1일 열린 한 좌담회에서 “(오 시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인건비가 절반이 넘는다고 문제 삼는데 이 사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고 사회적 자본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인건비가 (사업비의) 90%까지 드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본보는 서울시 조사 결과에 대한 유 씨의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유 씨는 “마을 측이 공식 대응을 하기로 해서 따로 할 말이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