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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들끓자… 금융당국 “전세대출 중단 안한다”

입력 | 2021-10-15 03:00:00

실수요자 전세-잔금대출 막혀, 금융위장 “총량 규제 넘어도 용인”
文 “서민 전세대출 차질없이 공급”… 은행권, 18일부터 전세대출 재개
연말까지 대출 여력 8조 생길 듯, 내주 가계부채 보완대책 발표
‘오른 전셋값 범위 내 대출’ 유력




14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안내하는 홍보물이 붙어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연말까지 실수요자가 이용하는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연쇄적으로 중단됐던 은행권 전세대출이 18일부터 재개된다.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전세대출에 대해선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은행권에서 8조 원 정도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겨 아파트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방위적 대출 제한에 피해를 보는 세입자와 아파트 입주자들이 속출한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차 “실수요자 보호”를 강조하자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 “전세·집단대출 중단 없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수요자가 이용하는 전세대출은 4분기(10∼12월) 총량 관리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생각”이라며 “전세대출 증가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관리 목표(6%대)를 초과하더라도 용인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예외를 두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5∼6%로 제시하고 이를 넘지 못하도록 전방위로 압박해왔다.

고 위원장은 또 “집단대출의 경우 연말까지 잔금대출이 공급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일부 사업장에서 애로가 있을 수 있어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했다.

올 들어 매달 은행권에서 2조5000억 원 안팎씩 늘던 전세대출이 총량 규제에서 제외되면 8조 원 이상의 추가 대출 여력이 발생하고 이 자금으로 은행들이 집단대출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고 위원장은 “연말까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위가 이처럼 방향을 튼 것은 최근 금융권의 연쇄적 대출 중단으로 전셋값이나 아파트 중도금·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쏟아지는 등 민심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앞서 6일에도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하지만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 18일부터 은행 전세대출 속속 재개
이에 따라 8월 말부터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NH농협은행은 18일부터 전세대출을 재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역시 5000억 원으로 제한했던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을 18일부터 정상화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에서 취급할 수 있는 전세대출 한도를 추가로 배정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지점별로 대출 한도를 제한해 대출을 조여 왔다. 8일부터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중단한 카카오뱅크, 이번 주 들어 전세대출을 중단한 BNK경남은행 등도 재개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금융위는 중단됐던 전세대출이 재개되면서 불필요한 대출이 나가지 않도록 여신심사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또 금융감독원, 은행권과 합동 태스크포스를 꾸려 110개 아파트 사업장의 잔금대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되는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도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대출 대책은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전셋값이 2억 원 올랐다면 2억 원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미 KB국민, 하나은행 등이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총량 관리를 해도 실수요자들이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임대차법 이후 주택매매 대출 수요가 전세대출로 전이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를 손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