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민 중앙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김서민 중앙대병원 혈관외과 교수(40)도 그랬다. 30대 중반까지 운동이라고는 해 본 게 없었다. 몇날 며칠 논문에 매달리고 긴 시간 수술을 해도 하루 이틀 지나면 피로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전공의, 전임의 과정 때는 운동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운동은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랬던 김 교수가 요즘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심경이 변한 이유가 뭘까.
몸의 이상 징후, 운동을 시작하다
종아리가 저려 밤에 자다가 깨는 날도 많았다. 김 교수는 주로 신장 이식이나 투석 환자의 혈관 관련 수술에 능하다. 혈관 분야 전문가로 스스로 혈관 이상 여부를 검사했다. 하지만 아무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김 교수가 내린 진단은 ‘운동 부족’이었다. 김 교수는 “실제 하지정맥류를 의심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종아리의 근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운동을 할까. 숙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종목은 일단 배제했다. 마침 병원 맞은편에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있었다. 무작정 문을 밀고 들어갔다.
첫날 김 교수는 자신의 몸 상태에 놀랐다. 필라테스 강사가 시키는 동작을 거의 따라하지 못했다. 누워서 한 발을 들어올리는 것도 어려웠다. 두 손에 아령을 들고 지탱하다 보니 팔이 덜덜 떨렸다. 강사가 물었다. “하루에 팔을 몇 번이나 위로 올리세요?” 돌이켜보니 몇날 며칠 동안 스트레칭 한번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뻣뻣할 수밖에 없었다.
매주 두 번 스튜디오를 찾았다.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50분 동안 운동했다. 운동을 끝낸 후에는 온몸이 쑤셨다. 그래도 묘한 쾌감이 있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김 교수는 매주 2회 스튜디오를 찾아 필라테스를 한다.
만성 통증 사라지고 운동의 즐거움 배워
그즈음부터 몸이 달라지는 게 보였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오른쪽 어깨가 왼쪽보다 많이 내려가 있었는데, 이때부터 수평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S자로 돼 있던 척추의 일부분이 곧게 펴진 사실도 흉부 엑스레이로 확인했다.
6년째 필라테스를 하다 보니 만성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물론 요즘에도 하루 종일 수술을 하거나 평소보다 일이 많은 날에는 통증이 나타난다. 예전에는 그럴 때 진통제를 먹었다. 하지만 요즘엔 스트레칭으로 해소한다.
매일 30분 운동으로 피로감이 크게 줄었다. 김 교수는 “동작이 몇 개 되지 않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다음 날 아침에 몸이 개운하다”고 말했다. 특히 하체 스트레칭 효과가 커 다음 날 오래 서 있어도 덜 피곤하단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운동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2년 전부터는 체력 보강을 위해 휴일마다 빨리 걷기를 한다. 4㎞ 거리를 시속 5~6㎞로 걷는다. 김 교수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또 다른 활력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직접 짜 매일 운동
스튜디오에서 배운 동작 여러 가지를 조합해 매일 잠자기 전 30분 동안 운동한다. 스트레칭을 위주로 하되 스쾃이나 브리지와 같은 코어 운동도 병행한다.
폼 롤러가 있다면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종아리 밑에 폼 롤러를 놓은 뒤 앞뒤로 흔들면서 문지르면 된다. 발목부터 시작해 종아리까지 이어 진행한다. 다른 쪽 발을 포개면 스트레칭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