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대장동 의혹 핵심 피의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 수사의 총체적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은 김 씨를 딱 한 차례 14시간 조사했다. 추가 조사를 위해 김 씨 측과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자 불과 3시간 반 만에 덜컥 구속영장부터 청구했다가 망신을 자초했다.
김 씨 영장에 적시된 ‘750억 원 뇌물 공여’는 역대 뇌물 사건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액수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중대 사건의 영장인데, 구멍이 숭숭 뚫린 흔적이 역력했다고 한다. 실제로 검찰은 김 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수표 4억 원+현금 1억 원’을 뇌물로 건넸다고 주장했다가 심문 때는 ‘현금 5억 원’으로 수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에 판사가 계좌 추적 여부를 묻자 수사팀은 “(이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자금 흐름 추적은 뇌물 수사의 ABC 아닌가. 이러니 일반 공무원들은 수천만 원 뇌물 사건이면 즉각 구속인데도 김 씨가 되레 “자금 추적을 통해 입증도 않고 녹취록만을 근거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큰소리친 것 아닌가.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 원도 김 씨의 뇌물 공여 액수에 포함시켜 놓고는 정작 곽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를 건너뛴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수사팀의 역량 부족인지, 태만인지, 의도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시늉만 내려 했던 건지 헷갈릴 정도다.
이정수 서울지검장은 국감에서 녹취록의 ‘그분’에 대해 “정치인은 아니다”라고 했다가 7시간 뒤엔 “단언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처음부터 수사 방향을 정해놓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검찰 수사는 뒤죽박죽 그 자체다. 이 와중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임명 직전 5개월간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등재됐던 사실도 나왔다. 희대의 뇌물·배임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