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창 경제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핵심 공약인 ‘기본대출’을 가늠해 보기 위해 내년 3월 대선 결과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경기도의회가 12일 만 25∼34세 도내 청년에게 500만 원까지 연 3% 이내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청년 기본대출 사업’의 근거인 ‘경기도 청년 기본금융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도내 청년에게만 제공하는 경기도 기본대출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최대 대출금액을 1000만 원으로 2배로 늘리면 이 후보의 기본대출 공약이 된다. 이 후보는 올해 8월 기본금융 공약을 발표하며 “대부업체 이용자의 평균 대출금이 약 900만 원”이라며 “금리는 현재 기준 3% 전후로 대출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신용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만큼만 받고 최대 20년간 대출을 내주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현재 20대 이상 인구수는 4310만 명. 이들을 대상으로 1000만 원씩 기본대출을 해준다고 하고 이를 단순 계산하면 대출 공급 규모는 최대 431조 원이다. 이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규모는 최대 3조8800억 원 정도다. 지난해 말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0.9%를 적용한 결과다. 정책 효과가 확실하다면 막대한 재정 투입과 손실 발생 우려를 감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저신용, 저소득 서민층에게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는 정책서민금융 상품들을 보면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정책서민금융 공급의 긍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나타났으며, 대출자가 이후 다시 고금리 대출을 증가시키는 행태를 방지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기본대출을 발표하며 “연체 해소에 필요한 최소한의 일자리를 보장해 연체 및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1∼3월) 20, 30대 청년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0만 개 줄었다. 기본대출에 대한 생산적 토론을 하려면 이 ‘최소한의 일자리’를 보장할 구체적인 방안부터 내놔야 한다. 달콤한 구호만으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현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이 남긴 교훈이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