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절벽… 신입생 계속 줄어, 내년엔 입학정원보다 8만명 부족 수시 불합격자들 정시로 넘어가… 내년 1, 2월엔 지방대 충격 더 커
최면용 회중시계가 주문을 건다. 시계가 이동하는 곳곳마다 ‘장학금’ ‘취업률’ ‘국제교류’같은 키워드가 있지만 별다른 설명은 없다. 가장 큰 글씨는 ‘당신은 지금 ○○대에 오고 싶다’.
최근 인터넷에서 한 대학의 광고가 화제가 되며 학령인구 급감으로 생존 위협을 겪고 있는 지방대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이 광고를 보고 누리꾼들은 “이제 최면을 걸어서까지 대학을 홍보해야 하는 시대냐”, “지역 내에서 좋은 대학이었는데 저출산 때문에 휘청거리더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마감된 수시 원서 접수 결과로는 대부분의 지방대도 지난해보다는 경쟁률이 좋은 편이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수시 비중을 줄였고, 올해 고3이 지난해보다 숫자가 늘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줄어든 대학이 있다. 이 대학들 사이에서는 ‘뭘 해도 학생을 모을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퍼져 있다.
A 씨의 노력에도 이 대학은 올해 수시모집에서 미달됐다. 경쟁률이 0.3 대 1로 지난해보다도 떨어졌다. 신입생은 무조건, 재학생은 직전 학기 성적이 3.0을 넘으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출석만 하면 되는 수준이지만 학생들을 잡는 데는 효과가 없었다.
“코엑스에서 하는 입시박람회는 코로나19로 2년 연속 취소됐죠. 학생이 없는데 별다른 방법이 있나요. 홍보 전략이라는 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요.”(경기 B대 교수)
“요즘은 고등학교에서 1개 대학만으로는 설명회도 안 받아줘요. 입학 담당 부장교사 만나서 자료 주고, 대학 로고 박힌 종이컵 박스째로 주고 와요. 꼭 코로나19 때문은 아니고 종이컵이라는 게 필요하기는 한데 돈 주고 사긴 아까운 거잖아요.”(경기 C대 관계자)
지난해는 일부 대학에서 수시 합격생에게 아이패드나 에어팟을 준다고 홍보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올해는 새로운 홍보물은 등장하지 않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그런 걸 준다고 해도 안 온다. 학령인구가 줄었는데 어차피 수도권 가려는 학생 못 잡는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도엔 대학 입학정원보다 입학자원이 8만 명 넘게 부족하다. 초저출산 세대가 입학한 올해보다 1만 명이 더 모자란다.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면 지방대를 선택하지 않는 수험생들이 늘어날 것이고, 미충원된 인원은 정시로 이월된다. 지방대 정시는 가뜩이나 충원하기 어려우니 내년 1, 2월이면 지방대들의 충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