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 美CIA국장, 文대통령 면담… 靑 “한미 정보협력-한반도 정세 논의” 美 정보수장 헤인스는 내일 한국에… 美국무부 “北의 대화 연락 기다려” 北-美협상 재개 기대감 늘어나… 靑 “北과 마주앉기 많은 단계 남아”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4, 15일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번스 국장은 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힌 가운데 번스 국장이 방한한 배경이 주목된다. 최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17일에는 17개 미국 정보기관을 관할하는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어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번스 국장은 한미 정보협력 강화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CIA 국장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 건 2017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장 이후 처음이다. 폼페이오 당시 국장은 방한을 전후한 4, 5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고 이는 그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이날 접견에선 문 대통령이 9월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 선언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이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참석해 번스 국장과 장시간 북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의 근간”이라며 “향후 긴밀한 정보 협력을 바탕으로 양국 간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제범죄, 테러, 반확산, 사이버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정보 협력이 더욱 심화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번스 국장은 “문 대통령이 보여준 한반도 평화 정착 의지와 노력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한미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미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에 대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적 지원에는 식량 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식수 등 위생 관련 지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거론됐던 코로나19 백신은 보관과 배포 관련 기술적 문제 등으로 현재는 지원 품목의 우선순위에는 올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종전 선언을 제안한 이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4일)을 시작으로 북핵 관련 한미 간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서훈 실장 방미(12일), 번스 국장 방한(14∼15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간 워싱턴 협의(16∼19일), 헤인스 DNI 국장 방한(17일) 등 한미 간 고위급 접촉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 조만간 남북,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북한과 마주 앉기까지는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북한에선 별다른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