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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추적 미적-시장실 뺀 압수수색… “檢, 수사 ABC도 안지켜”

입력 | 2021-10-16 03:00:00

檢내부서도 “수사의지 의심” 비판



성남시청 압수수색 마친 검찰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15일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인허가권자인 성남시장의 집무실을 굳이 압수수색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수사팀이 계속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한 15일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전담수사팀 구성 이후 16일 동안의 수사 방식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 날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수사의 ABC를 지키지 않아 수사 순서가 엉켜 버렸다”고 혹평했다.

○ 16일 만의 시장실 빠진 성남시청 압수수색

검찰은 15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성남시청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된 결재 서류 등을 확보했다.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한 성남시의 도시균형발전과, 도시계획과 등 7개 부서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지만 성남시장 집무실과 부속실 등은 제외됐다.

한 검사는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인 시장의 집무실 컴퓨터 등을 확인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인데, 핵심은 빼놓고 하급자인 공무원들의 사무실만 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도 “수사 순서가 거꾸로 뒤집혔다”고 비판했다.

수사팀이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163억 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의 공범이라고 했는데, 사업을 총괄한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마친 뒤 배임의 공범이라는 증거를 먼저 확보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영장심사서 “계좌추적 시작했다” 기각 자초

김 씨에 대한 영장 청구 시점과 영장 내용을 놓고도 검찰 내부에선 “수사팀이 성급하고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해 기각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밤샘 조사를 거부한 김 씨를 약 14시간만 조사한 뒤 추가 조사 없이 그다음 날 곧바로 영장을 청구했다. 조사 과정에서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과 녹취록 등을 김 씨에게 제시하지 않다가 영장심사에서 갑자기 재생하려다 변호인의 반대로 제지당했다.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판사가 김 씨의 계좌 추적 진행 여부를 묻자 검사는 “계좌추적을 시작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계좌추적 미진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의 영장 심사 당시 김 씨가 4억 원의 수표와 현금 1억 원을 건넸다고 한 검찰은 김 씨의 영장 심사에서는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현금 5억 원을 줬다고 말을 바꿨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50억 원을 뇌물이라고 볼 만한 직무 관련성 등의 증거를 검찰은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 휴대전화 거짓 해명 이어 가로채기 논란

검찰은 15일 유 전 사장 직무대리의 지인 자택에서 휴대전화 1대를 확보했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당시인 2014∼2015년 무렵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검찰 수사 직전 지인에게 맡겨뒀다고 한다. 그런데 김 씨의 횡령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이 이 휴대전화의 행방을 먼저 파악해 검찰에 알렸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찰과 협의했다”는 입장을 냈지만 경찰은 “검찰이 경찰의 성과를 가로챈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가 사용하던 또 다른 휴대전화는 경기남부경찰청이 확보해 분석 절차를 밟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형 사건 수사를 경험하지 않고, 과거 정치적 편향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 의지가 더 의심받고 있다는 책임론이 제기된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총장 임명 직전인 지난해 12월∼올해 5월 성남시의 고문 변호사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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