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의 투자노트] 소비보다 저축 우선인 현실…세계 소비시장 점유율 유럽에도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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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한국 수출 경기를 좌우하는 요인이 선진국, 그중에서도 미국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선진국 소비 경기가 조금만 좋아지면 한국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조금만 위축돼도 수출이 순식간에 감소한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중국이 수년 내 미국 경제규모를 제친다는데, 이제 중국 소비시장이 선진국을 대체할 가능성은 없는가.”
중국 소비시장이 한국에 ‘안정적 소비처’로 부각되면서 수출이 점점 안정화할 것이라는 희망이 담긴 질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발간된 글로벌 연구기관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을 전후해 중국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제칠 가능성이 높다는데, 아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경제 외형이 커진다고 소비시장 규모도 최대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한국무역협회, 2020. 12. 11, ‘중국 GDP, 2028년 미국 추월… 세계 1위 도약’).
중국 가파른 경제성장 배경은 높은 저축률
중국 경제가 그동안 가파른 성장을 기록한 결정적 이유는 바로 무한에 가까운 설비투자 때문이다. ‘그래프2’에 나타난 것처럼 GDP에서 투자 비중이 2010년 전후로 47%를 기록한 바 있다. 기업 혹은 정부가 기계장비를 도입하고 새로운 공장을 지으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굴착기 1대로 일하던 현장에 새로운 굴착기가 도착할 경우 이 공사현장의 작업 진행 속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물론 굴착기가 2대로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10대, 20대가 된다면 작업 진행 속도가 오히려 느려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생산 효율을 추가적으로 향상하기 위해서는 기계의 질적인 수준이 높아지거나 굴착기를 다루는 근로자의 숙련 수준이 올라가야 하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를 경제학계에서는 ‘중진국 함정’이라고 부르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다룰 계획이니 잠시 미뤄두자.
투자처 부재, 주택 가격 급등이 저축으로 이어져
초저금리 상황임에도 중국 가계가 소비보다 저축에 열중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대안 부재다. 최근 폭락 사태에서 보듯, 중국 주식시장이 2007년 이후 ‘잃어버린 14년’을 겪으며 신뢰가 하락한 것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상하이 증시의 신규 주식 공급(증자, 상장, 전환사채 주식 전환 등) 물량이 시가총액의 10%를 웃도는 등 주식시장을 자금 조달 수단으로 보는 기업과 정책 당국의 태도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이상의 분석을 감안할 때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대체할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기는 힘들 것 같다. 더 나아가 ‘한한령’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타국 상품을 규제하는 등 폐쇄적인 모습이 더욱 강화되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조선비즈, 2021. 2. 16, ‘50조 중국 게임시장 공략해야 하는데… 4년 만에 한국 게임 ‘찔끔’ 허가’). 따라서 상당 기간 한국 수출은 선진국 소비시장의 변화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관찰이 필요할 듯하다. 다음 시간에는 ‘중국의 중진국 함정’ 위험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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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이코노미스트·경영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0호 (p54~55)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