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의 直說] 與-이재명 독주, 野-끝없는 토론… 흥행 없는 긴장만
9월 26일 채널A 국민의힘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유튜브 채널A 뉴스 캡처]
소수 정당에 당원만 투표권을 가진 정의당 경선은 애초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지역 순회도 없고 2단계만에 끝나는 경선이었지만 심상정 대세론이 무너지고 결선투표로 이어지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경선 효과를 담보하는 건 선거 과정이 아니라 개표 결과임을 보여줬다. 반면 포괄 지대가 넓고 보유 정치인이 많은 거대 정당은 묘미를 더하는 여러 설정을 뒀지만 ‘흥행 없는 긴장’만 고조했다.
경쟁 전시에 유권자 피로감 느껴
민주당은 지역 순회 경선을 도입했다. 땅덩이가 좁고 온라인 투표 기반도 갖춰진 한국에서 굳이 지역 순회 경선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그마저 ‘이재명 독주’가 펼쳐지면서 김이 빠졌다. 오히려 최종 결과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50%를 겨우 넘고, 이낙연 후보 측이 “사퇴한 후보자들의 득표수를 유효 투표수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50% 이하”라고 주장해 긴장이 생겨났다. 폐막 인사 시간에 클라이맥스가 닥쳐버린 꼴이다.‘지역 순회’나 ‘오랜 컷오프 경쟁’뿐 아니라, 회의를 불러일으킨 것이 또 하나 있다. 잦은 TV토론이다. 정책 중심의 생산적 경쟁이 아니라, ‘바지’와 ‘임금 왕’이 각인됐다. 어차피 검증 기회는 캠프별 발표나 평소 설전으로도 만들 수 있다. 토론 일부는 후보가 아닌 정책 담당자나 대변인 등에게 할애해도 활력이 된다. 그런 막전막후가 풍부해야 후보자 간 토론에서 긴장감과 ‘한 방’을 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거대 양당은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전시에 치중했다. 이러면 유권자는 더 피곤하다.
김수민 시사평론가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0호 (p12~12)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