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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차이에 승부 갈린다’…野 본선 경쟁력 룰싸움 시동

입력 | 2021-10-16 11:43:00


‘본선 경쟁력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대선 후보 선출을 20여일 앞둔 국민의힘은 앞으로 이 질문의 답을 두고 한동안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최종 후보 선출 방식을 국민여론조사(50%)와 당원투표(50%)를 합산하는 형태로 정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본선 경쟁력 항목을 추가했다. 이를 어떻게 수치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 선거관리위 내 여론조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여론조사소위는 지난 15일 본선 경쟁력 항목에 대한 첫 번째 회의를 열었다. 간사를 맡은 신정자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실장은 회의가 끝난 뒤 “각 후보 입장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게 본선 경쟁력 수치화 방식이다. 이를 두고 각 후보와 캠프 입장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한 가지 안(案)으로 명확한 합의 없이 최종 후보가 선출되면 최악의 경우 경선 불복 사태로 이어지면서 적전 분열까지 발생할 수 있다.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본선 경쟁력 항목을 넣기로 한 선거관리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다”고 말한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가 있다면 본선 경쟁력을 어떻게 측정해도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 의원이 양강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두 사람 간 지지율 차도 크지 않아 본선 경쟁력을 어떻게 조사하느냐에 따라 두 후보 희비가 완전히 엇갈릴 수 있다.

미디어리서치가 OBS 의뢰로 지난 13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 후보 가상 대결’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 윤 전 총장(37.8%)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31.6%)에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고, 홍 의원(29.2%)은 이 후보(32.0%)에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12~13일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가상 양자 대결’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선 윤 전 총장(40.4%)과 이 후보(43.0%)가 오차범위 내 접전, 홍 의원(40.7%) 역시 이 후보(40.6%)와 지지율에 거의 비슷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후보 캠프는 당연히 더 유리한 방식의 ‘본선 경쟁력 측정 여론조사 문항’을 고민하고, 이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 우선 언급되는 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재명 후보와 맞붙게 되면 어느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가’ 4지 선다형으로 묻는 것이다. 또 다른 안은 ‘이재명 후보와 OOO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는가’는 질문에 각 후보 이름을 넣고 조사해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은 후보를 고르는 가상 양자 대결 방식이다.

단순히 이 두 가지 안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면 간단하겠지만,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4지 선다형의 경우 어떤 후보를 몇 번에 배치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안 역시 어느 후보에 관한 질문을 가장 먼저 하는지가 중요해진다. 4지 선다형에선 지지율이 높지만 양자 대결에선 지지율이 낮은 경우, 4지 선다형에선 지지율이 낮지만 양자 대결에선 지지율이 높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답할 경우 ‘그래도 뽑는다면 누굴 택하겠느냐’고 묻는 재질문을 넣을지 말지를 두고도 각자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렇게 측정된 본선 경쟁력을 어느 정도 비율로 합산해 넣을지를 두고도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 캠프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 유리하다고 명확한 방식을 주장한다기보다는 특정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으로 하나씩 문항을 제거해나가면서 논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완전한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선거관리위는 이르면 오는 20일 본선 경쟁력 룰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책임당원 대상 모바일·자동응답전화(ARS) 투표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 직전에 이르러서야 최종 룰이 정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번 역선택 문항 논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각 후보가 첨예하게 맞부딪힐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