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정리 10월3주차
(1) 대체 ‘그분’은 누구시길래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을 마친 화천대유 김만배 씨가 귀가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채널A 방송 캡쳐
‘그분’ 논란은 당사자인 김 씨가 이번 주 포토라인에서 서서 오락가락 말을 번복하며 더욱 미궁 속으로 빠졌습니다. 11일 검찰조사를 받고 12일 0시에 귀가를 하기 위해 지검 현관을 나가며 포토라인에 선 김 씨는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 이란 말에서 ‘그분’은 누구인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분’이라고 말한 것은 더 이상 구 사업자 갈등이 번지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차원”이었다며 ‘그분’에 대해 말한 것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즉각 변호인을 통해 장시간 조사를 받아 질문 취지를 이해 못하고 한 답변이라고 번복 했습니다.
14일 화천대유 김만배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YTN 방송 캡쳐
14일 법원판결을 받기위해 영장실질심사 전 포토라인에 선 김 씨는 “그분에 대한 설명이 계속 엇갈린다”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이에 “그분은 전혀 없고요. 그분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말 한 기억도 없습니다” 라며 ‘그분’에 대한 존재를 아예 부정했습니다. “그때그때 이런 얘기 저런 얘기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고 사실 그런 분은 없습니다. 주인은 제가 주인입니다” 라며 논란 이었던 천화동인 1호 절반의 주인 ‘그분’은 ‘또 다른 나(김만배)’였다는 식의 말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지사랑 친분 관계 부인하는 취지로 말씀하셨는데?”라는 추가 질문이 나왔고 김 씨는 “사실 그분하고 이재명 지사하고 특별한 관계도 없고 인터뷰 차 한 번 만나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분하고 이재명 지사하고” 라는 말은 기자의 질문에 이재명 지사 이름을 말하기 전 ‘그분’이라고 언급 한 것으로 읽혔기에 현장에서는 추가 질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14일 화천대유 김만배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YTN 방송 캡쳐
오락가락 김 씨의 거짓말은 대법원 방문에서 한번 들어난 적이 있습니다. 2019년7월16일부터 2020년8월21일까지 총9차례 대법원을 방문한 것에 대해 김 씨는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쓰고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갔다고 해명 했으나 대법원 측은 “출입 원칙이 방문 대상실에서 방문 신청자 여부를 확인 한 뒤 법원 출입이 가능하다”며 그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14일 김 씨가 ‘그분은 없다’고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분’ 논란은 18일,20일 이재명 지사가 참석하는 경기도 국감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3일 경기도청과 성남시청을 잇따라 방문 대장동 개발 사업 결재자료를 요구했고 14일에는 국민의힘 경기도당 사무실에 ‘이재명 게이트 비리신고센터’를 차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국감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다음주 일주일은 ‘그분’ 때문에 더 뜨거워 질 듯 싶습니다.
영화 ‘아수라’에서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이 떠오르는 유동규
여기에 ‘그분’의 후보 중 하나인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사장대리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일 구속된 유 씨는 지난해 10월 김 씨를 찾아가 대장동 개발 관련 이익의 25%(700억원)를 요구 지급받기로 했으며 올 1월 일부인 5억원을 수수 한 걸로 들어났습니다. 12일에는 대장동 사업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남욱(48. 천화동인4호 실소유주)변호사가 미국에서 화상형식으로 JTBC와 인터뷰 했습니다. 발언 중 “김만배(57)가 유동규(52)를 ‘그분’ 이라고 지칭한 기억은 없다, 우리끼리는 형, 동생으로 불렀고 큰 형은 김만배 회장님 이셨다”라는 말로 유동규가 논란 속 ‘그분’이 아님을 말했습니다.
유 씨의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유동규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 이재명 후보 지지자로 등장, 승리 후 인수위원을 거쳐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 임명. 2014년 재선에 도전한 이 시장을 위해 성남도공에서 나와 선거를 돕습니다. 다시 승리 후 성남도공 사장 직무대리로 다시 들어갑니다.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장동을 민관 합동으로 개발하기로 하였고 유 씨는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업무를 총괄,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 했습니다. (영화 아수라 2016년 9월28일 개봉) 다시 2018년 3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이재명 후보를 돕기 위해 성남도공을 떠났고 선거 승리 후 그해 10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됩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측은 “사업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씨는 측근이 아니다” “경기도 직원 중 하나가 개인적 일탈을 저지른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유비가 지금 장비를 모른다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자는 삼국지까지 멀리 갈 필요 없이 영화 ‘아수라’의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이 떠오른다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김 씨의 계좌추적도 안하고 보통 2~3회 피의자를 소환 하는 절차도 없이 바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가 법원에서 기각을 당하게 됩니다. 수사 차질은 불가피 해졌다는 평을 듣게 되었고 성남시청 압수수색 또한 수사 착수 22일 만인 15일에야 시장실을 제외한 장소에서 진행 되어 늦장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대체 ‘그분’은 누구 일까요?
요즘 광고계를 휩쓸고 있는 사이버 가상 인물일까요? 구 사업자들이 다 인지하는 ‘그분’을 김만배씨가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거짓으로 말한 것일까요? 유동규 일까요? 제3의 인물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반전이 또 있을까요? 다음주도 추가적으로 진행 되는 사항을 팩트와 합리적 추론으로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2) ‘BTS열정페이’ 논란에 뿔난 탁사또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박정렬 해외문화홍보원장에게 “유엔 총회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 방탄소년단(BTS)의 활동비 7억을이 하이브(BTS 소속사)에게 지급 되었냐”라는 질문에 “아직 안 됐다”고 답하며 BTS열정페이 논란이 다시 재가열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룹 BTS(방탄소년단)와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ABC 방송과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대통령 뒤에 있다. 뉴시스
시작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 받은 ‘UN 총회 참석 관련 지출 비용 내역’에 외교부는 BTS에게 아무런 여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을 조선일보가 인용 보도 하면서부터입니다. 추가로 국민의힘 대권 주자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에서 “2018년 문재인 대통령 파리 순방때에도 BTS가 무급 차출한 바 있다”는 논평을 내며 열정페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분노가 치밀어 잠이 안 와서 출연을 결심했다. 무슨 근거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엄연히 계약서가 존재하고 또 그 계약 기준에 맞춰서 절차가 진행되고 정산이 완료됐다”고 밝혔습니다. 탁 비서관은 SNS에 글을 올려 “조선일보가 악의적 오보를 내고 그 내용을 일부 정치인이 받아서 확대 재생산하는 지긋지긋한 일이 반복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복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 뒤 사또 복장은 탁현민 의전비서관이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앞서 말했듯 14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질적인 지급이 안 되었다는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청와대 1급 비서관이 전 국민을 상대롱 방송까지 나와서 거짓말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비판 했습니다. 이에 탁 비서관은 15일 SNS를 통해 “정부가 절차와 과정을 밟는 건 당연하고 지급결정이 지급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소속사와 정부의 입장. 계속해서 왜? 라고 묻겠다면 답은 간단하다. 국가 비용처리 과정을 생략하고 확인절차, 청구절차도 생략하고 사인간 계좌이체하듯 바로 입금하도록 국회에서 관련 법률과 규정을 바꿔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