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소비 주력 세대 감소… “인구성장 없이 경제성장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넘쳐나던 유동성이 축소될 전망이다. [GETTYIMAGES]
새로운 성장 원동력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구조 때문이다. 사실 인구만큼 예측하기 용이한 경제 변수도 없다. 일례로 유엔(UN)은 1950년부터 총 12번에 걸쳐 2000년 세계인구를 예측했는데, 12번의 예측 가운데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4% 미만 오차를 보였을 뿐이다. 이처럼 정확한 인구데이터가 향후 경제를 더욱 어둡게 진단하게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구 증가세 큰 폭 꺾여
과거 비약적 경제성장을 달성한 국가는 대부분 높은 인구증가율에 기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기적을 이룬 국가들을 살펴보면 최소 10년 동안 평균 6% 이상 경제성장률을 지속한 사례는 56건이다. 그런데 이들 56건의 사례 모두 호황기를 기록할 당시 생산가능인구의 평균 증가율이 2.7% 이상이었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이 생산가능인구에 도달한 젊은이가 점점 더 늘어난 덕분에 가능했다. 이를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라고 부른다. 즉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증가해 경제성장률이 자동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일견 세계인구가 2050년까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 전개되는 인구구조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오해는 쉽게 풀린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연령대는 80세 이상 인구다. 그뿐 아니라 지금 전 세계 인구 성장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연령대 역시 50세 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과학과 의료 서비스의 발달이 사람들을 더 오래 살 수 있게 했다. 이 덕분에 1960년 50세이던 세계 평균 수명은 69세로 높아졌고, 지금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전체 인구는 증가하지만,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생산가능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전체 인구 증가율 역시 예전보다 훨씬 낮아지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로 막대한 자본 투여, 더는 여력 없어
소비 인구가 없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 [뉴시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구매력을 갖춘 국가의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빠른 초고령화는 노동 투입력을 저하해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다. 즉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약화하고 이것이 저축률 하락 및 투자 감소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활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경제성장이 인구구조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미국은 2010년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낮아졌다. 이는 미국 노동생산성(BLS 기준) 증가율이 추세적으로는 1995~2003년 3.0%에서 2004~2009년 2.1%, 2010~2018년 1.0%로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서다. 하지만 미국 잠재성장률은 2018년 들어 다시 2% 이상을 기록할 만큼 회복됐다. 이는 무형자산 투자 증가,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 확대 등이 시차를 두고 유발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본 투여를 중심으로 다시 경제 전반의 활력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다.
또한 아무리 자본이 많이 투여된다 해도 자본 투여로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인구가 없다면 역시 지속적인 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즉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유엔 집행위원회가 2005년 경고한 대로 “역사상 인구성장 없이 경제가 성장한 곳은 없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박정호는…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경영학,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명지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장을 뛰며 지식을 나누고, 현장에서 다시 배우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저서로는 ‘이코노믹 센스’ ‘미래 시나리오 2022’(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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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