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D단조는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랄까, 이미지가 악장마다 강렬한 작품입니다. 연주할 때마다 중독되곤 하죠.”
첼리스트 김두민(42)이 금호아트홀에서 펼칠 네 번째 선택은 ‘러시아’다. 21일 피아니스트 김태형(경희대 교수·36)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콘서트를 연다. 1부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이탈리아 모음곡’과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를, 2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를 연주한다.
두 사람은 2018년 두 차례 금호아트홀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전곡을 연주했다. 2019년에는 브람스와 슈만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2월 예정된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연기됐다.
‘가을 러시아’를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연주하고 싶은 곡을 모아보니 러시아 곡 세 곡이 되더군요.” 첫 곡인 ‘이탈리아 모음곡’은 유머와 가벼움이 함께 깃든 애피타이저 같은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는 긍정적인 곡이죠. 행복을 나누는 듯한 작품이랄까.” 마지막 쇼스타코비치의 소나타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황폐한 인간 상황이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처절함을 극복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 마음이 찡해지는 것처럼.”
김두민은 1996년 동아음악콩쿠르 첼로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유럽에 진출해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조피 무터의 후원을 받았다. 독일 뒤셀도르프 교향악단의 첼로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무터에게서 받은 영향으로 그는 ‘최상을 유지하기’를 들었다. “실내악단 ‘무터 비르투오지’ 일원으로 세계를 여행했어요. 무터는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틀면 완벽하게 나오는 레코드판처럼’ 늘 최상을 보여주었죠. 그런 모습부터 큰 배움이었어요.”
오케스트라 수석으로서의 활동 점수는 ‘만족’이라고 말했다. “저희 교향악단은 뒤셀도르프 오페라극장의 반주를 많이 합니다. 오페라 대가들의 곡을 연주하면서 음악사 전체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죠. 올해 7월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했는데, 예전에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반주를 하면서 느낀 점들이 해석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생활이 없었으면 몰랐을 기쁨이죠.”
두 사람은 금호아트홀 연세 콘서트 이틀 뒤인 23일 성남아트센트에서도 콘서트를 갖는다. 전반부에는 생상스 ‘백조’, 포레 ‘꿈 꾼 뒤에’ 등 소품 다섯 곡을 연주하고 후반부를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G단조로 마무리한다. 김두민은 “김태형과 삶과 음악을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로 진행한다. 소품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하게 이미지를 전달해야 해서 나름의 표현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