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0일쯤 쌍용차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신차 개발·전기차 전환 등에 막대한 자금 소요 관건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 동아일보 DB
새 투자자를 물색 중인 쌍용자동차의 운명이 이르면 20일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투자자를 맞이하더라도 쌍용차의 앞날에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어 완전한 경영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합병(M&A)을 주관하고 있는 서울회생법원은 이달 20일을 전후로 우선협상대상자와 예비협상대상자를 각 1곳씩 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이엘비앤티 컨소시엄 중 한 곳으로 쌍용차의 새 주인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쌍용차 인수 의사를 표명했던 미국 전기차업체 인디EV가 중도 포기하며 쌍용차 인수전은 2파전으로 좁혀졌다.
당초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 M&A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지난달 말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컨소시엄이 제출한 투자자금 동원 및 경영 정상화 계획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마저도 지난달 30일이 기한이었지만 법원이 한 차례 더 연장해 이달 15일에서야 보완된 입찰 서류가 제출됐다. 법원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이 검토를 바탕으로 쌍용차 M&A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할지, M&A를 중단시킬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두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이엘비앤티와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이 각각 1억 원, 897억 원. 반면 쌍용차는 지난해 2조9297억 원, 올해 상반기(1~6월)까지 1조1482억 원의 매출을 냈다. 크게 차이 나는 기업규모로 불거진 시장의 의구심에 대해 이엘비앤티는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가 쌍용차 인수를 위해 설립한 ‘카디널 원 모터스’, 사모펀드 운용사 파빌리온PE를 비롯해 유럽 투자사로부터의 자금까지 더해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KCGI 및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를 우군(友軍)으로 확보했다. 대신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으로 쌍용차의 재무상황을 개선하는 것에 발맞춰 KDB산업은행의 추가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
EY한영회계법인은 올해 6월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크다는 평가를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쌍용차를 인수하려는 두 컨소시엄의 의지가 명확해 법원이 사회 및 경제적 파장, 고용안정 등을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쌍용차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더 크게 점쳐진다.
쌍용차가 새 주인을 찾더라도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험난한 과제들이 남아있다. 신차 개발과 출시에는 수천억 원이 필요하고, 당분간 적자 경영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인수전에 참여한 두 컨소시엄 모두 전기차 제조경험이 있고 이엘비앤티는 미국 판매를, 에디슨모터스는 내년 10종, 2025년 20종, 2030년 30종의 새 전기차를 만들어 판다는 계획을 앞세우고 있지만 외부 수혈, 차량 판매 확대 등으로 지속적인 자금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