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뉴시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한국,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직접 참배는 하지 않으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물을 보내 간접 참배하는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NHK에 따르면 17, 18일 야스쿠니신사의 가을 제사를 맞아 기시다 총리는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보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 화분이다. NHK는 “기시다 총리는 지금까지 공물을 보낸 적이 없고, 이번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의 대응을 답습한 것”이라며 “가을 제사 기간 중 참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직접 참배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국,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기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그 이후 재임 기간 내내 종전기념일(8월 15일)과 봄, 가을 제사 때 공물만 봉납했다. 스가 전 총리도 재임 기간 직접 참배 없이 공물만 보냈다. 다만 둘 다 총리 직에서 물러난 직후부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스가 전 총리는 17일 퇴임 후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해 참배했다. 그는 참배 뒤 기자들에게 “전(前) 내각총리대신 입장에서 참배했다”고 말했다. 스가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총리 퇴임 13일 만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