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미저리’ 중
첫 문장은 작가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다. 첫 문장이 명문장이 되기는 더욱 어렵다. 앞으로 펼칠 이야기와 주제를 암시해야 하고, 문장 자체로 어떤 메시지를 품고 있어야 하며, 한 방에 눈에 박히는 강렬한 표피를 가져야 한다. 이를 쉬운 단어 몇 개로 구현한다는 건, 문학적 기술을 넘어 마술에 가깝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살 떨리는 서스펜스에 지배돼 있었다. 팬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애니의 악행이 지금, 여기에서, 내가 당하고 있는 것처럼 무서웠다.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에야, 저 야릇한 첫 문장이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책장을 덮은 후엔 ‘넘버 원 팬’의 팬심을 생각해보게 됐다. 애니의 자리에 나를, 폴의 자리엔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등을 통칭하는 누군가를, 팬심에는 사랑을 대입하자 이런 질문이 만들어졌다. 나는 누군가를 적절한 거리에서 사랑하고 있는가.
정유정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