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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 성장 이끌 누리호 발사[정우성의 미래과학 엿보기]

입력 | 2021-10-18 03:00:00


인공위성을 포함한 우주산업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21일 발사를 앞두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발사대로 옮겨지는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이번 주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큰 역사가 열린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누리호’가 21일 우주를 향해 날아간다. 인공위성을 싣고 올라갈 누리호는 3단 로켓이다. 가장 힘이 센 1단 로켓의 힘으로 땅을 박차고 오른 뒤, 2단과 3단 로켓이 인공위성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내려놓는다. 로켓이 사용하는 로켓엔진은 비행기의 제트엔진과는 다르다. 제트엔진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여 엔진을 작동시킨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다. 그래서 공기가 필요한 비행기 엔진으로는 우주비행을 하지 못한다. 비행기와 달리 로켓은 공기가 없어도 날아간다. 내부에 저장된 추진제에는 연료뿐 아니라 산화제가 들어가 있어 가능하다.


로켓은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는데, 흔히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를 많이 쓴다. 고체연료는 화약을 단단한 고체로 만들어서 불을 붙이는 방식이다. 화약에는 이미 산소가 들어 있어 주변에 별도의 공기 없이도 불만 붙으면 알아서 잘 타 들어간다. 하지만 일단 한 번 불이 붙으면 멈추거나 불을 줄이는 식의 제어가 어렵다. 액체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액체의 형태로 저장한다. 원하는 만큼의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로 보내어서 엔진의 출력을 조절한다. 자동차의 페달을 밟아서 엔진에 공급되는 기름의 양을 조절하여 속도를 제어하는 식이다. 다만 언제나 로켓 안에 저장해둘 수 있는 고체연료와 달리 발사 직전에 충전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을 인공위성이 관측할 수 있다.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누리호의 준비과정을 숨길 이유는 없다. 하지만 다른 국가를 공격하는 미사일을 만드는 중이라면, 이를 숨기기 위해 지하에서 발사 준비를 하기도 한다.

로켓의 발전은 전쟁이나 냉전 시대와 멀리 있지는 않다. 로켓의 역사를 좇아 올라가면 임진왜란 때 사용된 신기전이 나온다. 거북선과 함께, 침략한 외적을 통쾌하게 물리치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무수히 폭격한 나치독일의 V2로켓도 있다.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인 V2는 처음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한 로켓이기도 하다. 전쟁이 끝난 후 V2의 기술은 다른 국가에 전해져서 냉전 시대의 우주 개발 경쟁을 이끌게 된다. 특히 V2 개발의 주역인 폰 브라운은 미국으로 자리를 옮겨 아폴로 계획까지 책임지며 로켓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자체 기술로 로켓과 위성을 만드는 우주산업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최근 개막된 민간 우주여행 시대에는 재사용 로켓이 쓰인다. 그동안은 한 번 우주로 날아간 로켓은 다시 쓰지 못했다. 전쟁이나 냉전이 아닌 시기에 우주개발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여행상품이라면 경제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스페이스엑스와 블루오리진 등의 로켓은 발사된 후 회수해서 다음에 다시 사용한다. 이렇게 절약한 비용으로 화성 탐사도 한층 가까워졌다. 지난달에는 우주비행사 없이 민간인만 탑승한 로켓이 우주를 다녀오기도 했다.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곧 여행사의 관광 상품에서 우주정거장이나 달을 여행하는 상품을 찾을 날도 머지않았다.

이미 지난해 우주와 관련된 산업과 경제의 규모가 4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미국의 모건스탠리는 2040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는 우주여행이나 무기뿐 아니라 인공위성 등의 다양한 제품이 포함된다. 특히 인공위성은 통신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활용되는 곳이 많다. 재사용 로켓이 등장한 이후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발사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덕분에 하늘 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의 수도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이번에 누리호가 쏘아 올리는 저궤도를 도는 작은 인공위성이 많아졌다. 작년에 발사된 위성 중 90% 이상이 소형 인공위성이었다고 한다. 이제 누리호와 함께 우리의 우주산업도 서서히 성장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여전히 제약도 있다. 특히 로켓은 기술 개발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세계대전 당시의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지만, 정치 외교적 요소도 개입된다. 이번에 발사되는 누리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한 로켓이다. 지구를 넘어 먼 우주로 항해하기 위해선 고체엔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그간 고체엔진 개발에 제약이 있었다. 얼마 전 미국과의 미사일지침 해제로 물꼬가 트이긴 하였지만 갈 길이 멀다. 우리의 손으로 만든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이 우주로 날아간 것이 30년 전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별을 우리의 로켓으로 쏜다.

영화에서와 달리 신기전이 전쟁에서 널리 쓰이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다. 일순간 적을 제압하고 공포를 주는 위력을 갖고 있지만, 너무 많은 양의 화약을 쓰는 탓에 비용 문제가 있었던 거 같다. 우주개발 역시 효율성 논란을 겪어왔다. 달을 탐사한 미국의 아폴로 계획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갔다. 미국과 옛 소련이 인류의 작은 발자국을 달에 남기는 경쟁을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투자였다. 혹자는 그 결과 얻은 건 몇 장의 기념사진과 박물관에 전시하는 용도뿐인 돌멩이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과연 달 탐사가 남긴 것이 그것뿐인가? 당장은 사진 몇 장과 돌멩이만 남았을지 몰라도, 이미 우주산업은 수천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뿐 아니라 달에 가는 데 쓰였던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많은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스페이스엑스는 여전히 실패를 거듭하며 로켓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중간 과정의 실패는 결국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누리호를 발사하는 10월 21일은 노벨의 생일이기도 하다. 수많은 노벨상이 이런 식으로 탄생하였다. 당장의 과실만 생각한 투자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노벨상도,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이나 산업도 만들어낼 수 없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