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담병원 차출 영향, 호스피스 병상수 2년새 18.4%↓ 입원 대기기간 기약없이 늘어나… 말기 환자 병상 기다리다 숨지기도 ‘가정형 호스피스’ 선택 환자도 증가… 전문가 “정부 소극적 지원탓” 지적
하지만 윤 씨는 올해 어버이날엔 어머니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호스피스 입원을 기다리며 일반 암 병동에 있던 어머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상주 보호자 1명을 제외하면 면회할 수가 없었다. 윤 씨는 상주 보호자인 언니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병원을 나오면서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 양 씨는 8월 숨을 거뒀다.
○ “호스피스 입원 대기 2배로”
코로나19 이전에도 길었던 호스피스 입원 대기 기간은 최근 기약 없이 늘어나고 있다. 올 7월 아버지를 폐암으로 떠나보낸 최모 씨(37·여)는 호스피스 병상을 찾는 데 한 달이 걸렸다. 그나마 서울 강서구 자택 인근엔 빈 병상이 없어 경기 안양시까지 가야 했다. 최 씨는 “호스피스 입원 대기 중에 입원하는 일반 중소병원에서는 강한 진통제를 쓰지 못한다. 이런 환자들이 말기 암 통증을 억누르지 못해 힘겨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결국 호스피스 병상에 입원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환자도 나온다. 서울 강동구 인성기념의원은 두 달 전 호스피스 병상을 2배로 늘렸지만, 입원에 걸리는 시간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2배 수준이다. 이 의원 관계자는 “몇 주 만에 순서가 돌아온 환자 측에 전화해보면 ‘이미 응급실에서 돌아가셨다’고 알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진통제 투약 어렵지만 가정 내 임종 택해
코로나19 이후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자택에서 호스피스 팀의 방문 서비스를 받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환자도 늘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한 환자 가운데 자택에서 임종을 맞은 비율은 2019년 14%에서 올해 3∼8월 29%까지 높아졌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입원형과 달리 가족 면회 제한이 없지만, 임종 직전 고통이 극심해져도 진통제나 수면제를 신속히 투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전문가들은 최근 호스피스 병상에 여유가 없는 데엔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지만, 그보다 앞서 정부가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2023년까지 암 사망자 30% 이상이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하는 호스피스 병동이 생겨나면서 호스피스 이용률은 5년째 2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혜진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