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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주교시노드 개막… 가톨릭 개혁 분수령 전망

입력 | 2021-10-18 03:00:00

여성 사제-사제 결혼 허용 등 2년 동안 교구-대륙별 의견 수렴
프란치스코 85세 고령 감안하면 근본적 대책 마련할 마지막 기회




10일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 가톨릭신문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최근 개막된 세계주교시노드(대의원회의)에 가톨릭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교 시노드는 지역교회 사목자인 각국 주교들이 교회의 중대사를 숙고하며, 교황에게 자문하기 위해 열리는 모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일(현지 시간)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주교 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주례했다. 그는 강론에서 “형식적이거나 가식적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예수님과 서로를 만난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며 세계 모든 가톨릭교회가 ‘만남의 장인’이 되라고 촉구했다. 이날 미사에는 각 대륙에서 초청된 남녀 평신도와 수도자, 신학생, 사제와 주교, 추기경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황청에서 봉헌된 미사 중 최대 규모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제정한 주교 시노드는 1967년 바티칸에서 제1차 정기총회가 열린 이래 3년 또는 4년 주기의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다. 필요에 따라 임시총회나 특별총회가 3, 4주 일정으로 개최되기도 한다. 이번 주교 시노드는 교구와 국가, 대륙별 대화와 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2023년 10월 바티칸 총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주교 시노드가 열리는 시기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85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시노드가 가톨릭 개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제들의 아동 성 학대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교계의 우선적인 과제다. 최근 프랑스 가톨릭교회에서 성직자들이 지난 70년간 아동 33만 명을 대상으로 성 학대를 자행했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교황은 공식 사과와 함께 “오랜 시간 이 문제를 방치한 교회의 무능력함은 나의 수치이자 우리 모두의 수치”라고 밝혔다. 아동 성 학대 문제는 교회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진보, 보수 성향에 관계없이 일치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주제다. 기후변화 대응과 빈부격차 해소도 교회 차원의 선언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여성에 대한 사제 서품, 사제의 결혼 허용, 동성애자에 대한 폭넓은 관용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계 진보 그룹은 사회적 변화와 가톨릭의 영향력 증대를 위해 폭넓은 수용을 요구하는 반면, 보수그룹은 가톨릭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교 시노드를 위한 국내 교구 책임자 화상 모임. 가톨릭신문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국내 가톨릭계도 주교 시노드 여정을 시작했다. 15일 수원교구가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가장 먼저 시노드 개막미사를 봉헌한 데 이어 각 교구가 차례로 개막미사를 봉헌한다. 주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신우식 신부는 “각 교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주제들을 고민하고 식별하는 게 공동 합의적 교회를 향한 과정이 될 것”이라며 “대면과 비대면, 설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하고 경청하는 가운데 교구들이 아름다운 체험을 나누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