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대장동 멤버, 자금-책임 공방] 화천대유에 50억, 김만배에 3억…정, 5월 소송 3주뒤 모두 취하 50억 클럽-유동규가 받은 3억과 정확히 금액 같아 로비자금 의심 화천대유측 “경영상 확인 어렵다” 김만배 “정영학, 동업자 저승사자”… 서로 로비 책임 떠넘기며 분쟁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는 50억 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3억 원의 대여금을 각각 돌려 달라.”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올 5월 말 화천대유와 김 씨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냈다가 약 3주 만에 취하했다. 검찰은 소송 금액이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나오는 이른바 ‘50억 원 약속 클럽’ 등의 로비 자금 50억 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가 2013년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 씨에게 받은 3억 원과 정확히 일치하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정 회계사가 화천대유 측의 로비 자금을 먼저 내고, 비용 정산을 하는 과정에서 김 씨에게 그 돈을 되돌려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검찰은 자금의 성격과 용도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또 정 회계사가 소송을 취하한 지 약 3개월 뒤에 검찰에 녹취록을 제출한 배경 등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 정영학, 김만배에 ‘50억+3억’ 반환 소송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계사가 소유한 천화동인 5호는 올 5월 화천대유를 상대로 “50억 원의 대여금을 상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천화동인 5호는 화천대유가 빌려간 50억 원에 이자 4억6000만 원까지 합쳐 총 54억60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천화동인 5호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화천대유의 법인 계좌인 하나은행 계좌에 대한 가압류를 법원에 신청했다. 일주일 뒤 서울중앙지법은 “천화동인 5호의 가압류 신청은 이유가 있다”며 화천대유의 계좌를 가압류했다. 그러자 화천대유 측은 가압류를 해제해달라며 54억6000만 원을 법원에 현금으로 공탁했고, 이에 법원은 계좌 가압류를 해제했다. 정 회계사는 또 화천대유 법인 외에도 김 씨를 상대로 3억 원을 돌려달라는 별도의 소송을 냈다. 하지만 천화동인 5호는 약 3주 뒤인 올 6월 이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에서 가압류까지 인정했다는 것은 약정서 등 이들 사이의 거래 근거를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화천대유 측 변호인은 ‘소송 금액이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경영상 부분이라 일절 확인해 드리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천화동인 5호 측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 김만배 정영학 남욱의 ‘로비 책임 떠넘기기’
검찰은 해당 금액이 로비 자금 등을 둘러싼 갈등일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김 씨가 정관계 및 법조계 인사에게 50억 원씩을 건넨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측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자 “정 회계사도 당시 5, 6명의 고위직 인사를 거론하면서 50억 원씩 인사해야 한다고 했다”며 정 회계사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앞서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 씨는 2019, 2020년경 정 회계사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찾아가 2013년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3억 원의 뇌물을 건넨 사진 등을 보여주며 150억 원을 받기로 약정했다. 당시 김 씨는 비용 분담을 거절했던 만큼 이후 정 회계사가 김 씨에게 관련 비용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장동 개발 당시 한 팀처럼 움직였던 김 씨와 정 회계사, 남 변호사, 유 전 사장 직무대리 등 4명의 동업자는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벌이거나 상대방을 비방하고 있다. 김 씨는 정 회계사와 수십억 원에 이르는 대여금 분쟁을 겪었을 뿐 아니라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정영학은 동업자 저승사자다. 옛날부터 관여한 사업마다 동업자를 감방에 보냈다”고 비난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