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사는 법] 스탠드업코미디 공연무대 서며 수필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출간 슬픈 가족사 개그 소재로 삼기도
양다솔 씨는 “상처받은 스스로를 애처롭거나 불쌍하게 여기다가도 이를 멀리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상처도 우습고 재밌는 일이 된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작가 겸 코미디언 양다솔 씨(27)는 집중하거나 긴장할 때 팔짱을 끼는 습관이 있다. 그의 팔은 인터뷰가 시작된 지 20여 분 만에 스르륵 풀렸는데, 자신의 스탠드업 코미디 ‘노상방뇨 아저씨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할 때였다. 문제의 현장을 목격했을 때 그는 범인(?)의 엉덩이를 차는 시늉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시도를 계속했단다. 그는 자신의 신간 에세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다산북스)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모임에 들어간 첫날을 이렇게 묘사했다. “최초의 공연이 시작되었고, 최초의 관객이 되고 있었다. 나는 팔짱을 풀었다. 바로 앉아서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코미디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이야기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2년간 다닌 회사를 올 2월에 그만뒀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에 빗금을 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부터 동북아국제구술문화연구회(동북구연)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팬데믹으로 유료 공연을 단 세 차례밖에 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도 2주에 한 번씩 팀원 8명과 모여 어떤 이야기가 건강한 웃음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회사를 다니며 미뤄둔 글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는 “에세이를 말로 재밌게 잘 풀어내면 스탠드업 코미디가 되는 것 같다. 아무런 부수적인 장치 없이 내 이야기로 진검승부를 하는 게 에세이와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이라고 했다.
양 씨는 퇴사 후 빌라 앞 화단에서 키운 쌈 야채에 강된장을 곁들여 끼니를 해결하고, 비건 도시락을 각국 향신료를 이용해 정성스레 만든다. 여름에는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인다. 그의 마음은 직장을 다닐 때에 비해 조금도 가난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글을 쓰고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다시 직장에 들어가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저의 재주를 굴려 오래오래 잘 살고 싶어요.”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