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만 있어도 1회에 50만원 번다”… 인터넷 카페 만들어 가담자 모아
신호 등 법규 어긴 운전자 상대로 고의사고 내고 합의금 8억 가로채
조직적으로 수익 나누고 합숙생활… 탈퇴 시도하면 협박-폭행 일삼아
檢, 범죄단체 조직 혐의로 기소… 10, 20대 보험사기 1년새 19% 늘어

고교생 A 군은 올 1월 ‘죽을 용기로 같이 일하실 분’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카페에 가입했다. 구인 구직 정보를 주고받는 이 카페에서는 “숙식을 제공해 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일거리를 찾는 게시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었다. A 군은 “자리에 앉아만 있으면 한 번에 30만∼5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글을 보고 게시자에게 연락했다. A 군이 찾아간 모텔에는 이미 40여 명이 방 여러 곳에 나뉘어 합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A 군은 일에 투입되기 전 집중 교육을 받았다. 먼저 합숙소에 들어온 사람들로부터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는 요령 등을 배웠다. 이들은 서로를 사장, 팀장, 팀원 등으로 불렀다. 사장은 조별 작업 상황을 관리하고 팀장은 작업에 나설 때마다 운전을 맡았다.
한 팀장급 인물은 A 군에게 “사고가 나면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고, 앞차가 끼어들어 사고가 났다고 경찰에 진술하라”고 알려줬다. 팀장들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뒤쿵’(차량을 뒤에서 쿵 받는다는 뜻의 보험사기 용어) 사고를 낼 수 있는지 등의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팀원이었던 A 군은 범행에 수차례 동행하며 수백만 원을 벌었다. 불법이라는 건 알았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멈추지 못했다. A 군은 5월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겁을 먹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자 팀장은 “네가 이미 선택한 일 아니냐. 조선족을 시켜서 가족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며 폭행을 휘둘렀다.
서울서부경찰서는 A 군이 속한 보험사기단 범죄에 가담한 97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8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액은 8억5000만 원에 달한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수익을 나누고 합숙 생활까지 하며 범행을 준비한 점 등을 근거로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도 같은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A 군과 비슷한 10, 20대였다. 주범 4명도 20대 초반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팀원으로 들어왔다가 돈을 벌게 되면 더 큰 유혹을 느껴 팀장, 사장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가담 정도가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10, 20대는 2019년 1만5668명에서 지난해 1만8619명으로 18.8% 증가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A 군 사건처럼 폭행이나 위협을 가하지 않고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죄책감 없이 발을 들여놨다가 적발되지 않고 수익이 계속 생기니 범죄인 것을 알고도 계속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