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구감소지역 첫 지정
전남 구례군은 지난달부터 ‘구례愛 주소갖기’ 운동이 한창이다. 구례군으로 귀농·귀촌을 했지만 주소지 이전을 미루고 있는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전입신고를 안내하는 것이다. 구례군이 이색 캠페인에 나선 이유는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인구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구례군의 인구는 2만5000여 명. 전국 시군구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인구가 적다. 몇 년 전부터 지원하고 있는 ‘청년부부 결혼축하금’ ‘신혼부부·다자녀보금자리’ 같은 정책도 청년인구 유입을 위한 고육책이다.
○ 전남·경북 16곳 ‘인구소멸 위기’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전국 11개 시도 89개 시군구다. 인천·경기 등 수도권 41개 시군구 중에는 4곳만 포함됐다. △경기 2곳(가평·연천군) △인천 2곳(강화·옹진군)이다. 서울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대구시와 분리된 1981년까지만 해도 경북도의 인구는 320만 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인구가 264만 명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만 2만6000여 명의 인구가 사라졌다. 최근 10년간 청년인구도 17만 명이나 줄었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비슷한 수만큼 늘었다.
이번 조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처음으로 ‘인구감소지수’를 개발해 분석했다. 그동안 사용되던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소멸지수’보다는 다양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다. 지역소멸지수가 단순히 출산 가능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수치라면 지역소멸지수는 △연평균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 순이동률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 등 8개 지표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산정한다.
박성호 행안부 자치분권실장은 “인구 이동이 주로 군 단위 지역에서 거점도시로, 또 거점도시에서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결국 지역의 인구가 이렇게 감소하는 데는 인구의 사회적 유출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진단했다.
○ 다양한 지원, 지방 살리기 ‘안간힘’
내년에 새로 생기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원래 전국 모든 자치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이다. 정부는 이 기금의 상당액을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우선 배정할 생각이다. 예산을 지원해 지역 인구의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인구감소 대응에 적합한 52개 국고보조사업을 선정할 때도 인구감소지역에 대해서는 가점을 부여하고 사업량을 우선 할당할 계획이다. 국고보조사업 규모만 2조5000억 원이 넘는다. 또 국회와 정부 부처 협업을 통해 규제를 풀고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자치단체도 지방소멸의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지역 맞춤형 지방소멸 대응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생활권을 묶는 이른바 ‘메가시티’ 구성 등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은 10개 대규모 광역권 구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도 주요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엔 지역 간 협업과 연계가 필요하다”며 “정치적 문제나 지역적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상당 기간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메가시티 구축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안동=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