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탑(Top)이다. 불안해하지 말자.”
19일 한국 스노보드 국가대표팀 ‘맏형’ 김상겸(32·하이원리조트)이 강원도 평창 소속팀 훈련 전 스스로에게 되뇌인 혼잣말이다. 김상겸은 같은 말을 중요한 경기 출발선에서도 내뱉는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 멘탈 관리법은 성적 향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올 3월 열린 알파인 스노보드 슬로베니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배추보이’ 이상호가 세웠던 종전 역대 최고(2017년·5위) 기록을 넘어 4위에 올랐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중 나이가 가장 많은 김상겸이지만, 기량은 갈수록 만개하고 있다. 2년 전 국내 첫 스노보드 실업팀이 창설되고 여기 입단하면서 생계 문제에서 자유로워지자 훈련에 집중할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앞두고 스노우보드 국가대표팀 맏형 김상겸 선수 인터뷰
중2 때 학교 내 스노보드부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보드를 타게 됐다. 어려서부터 육상 80m와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힘을 쏟아내는 운동을 해왔던터라 30~40초에 승부를 결정짓는 스노보드에서 금방 탁월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현 소속팀 입단 후 그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온전히 훈련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2년 전부터는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 주량이 4병도 넘는다는 그는 평소 훈련이 끝나면 주말간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돌아오면 몸무게 5kg가 쪄있을 때도 있었다.
김상겸은 “난 느릴지 몰라도 포기하지는 않는 선수”라며 “그간 차근차근 성적을 끌어올려왔다. 소치, 평창에 이은 인생 세 번째 올림픽인 베이징에서 목표는 무조건 포디움(시상대)에 오르는 것이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느리지만 성실한 김상겸의 때가 베이징에서 꽃 피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